2020년 8월 2일 일요일

가은이 엄마 (2) -상

4. 사랑을 느끼다.
 
주문한 음식을 들면서 그녀는 맛있다는 표현을 여러 번 했고 순한 종류의 매실주도 곁들여서 정말 즐거운 저녁 식사를 함께 했다.
 
그녀는 가끔 불러서 이렇게 맛있는 걸 자주 사 달라고 할 만큼 의외로 여유가 있었고 순한 술 한 잔에 그 희고
고운 얼굴에 깃든 홍조가 더욱 귀엽고 예뻐져서 깨물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식사가 거의 끝나고 후식으로 나온 과일을 포크에 찍어서 내게 권하는 그녀를 보며 이런 여인과 함께 산다면 늙지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만큼 그녀는 완벽하게 예쁘고 완벽하게 귀여웠지만 남자들은 이래서 모두 도둑놈 소리를 듣는 거겠지 하는 생각에 혼자 실소를 머금었다.
 
“왜 웃으세요?”
 
“아~ 예, 내 앞에 있는 가은이 엄마가 너무 예뻐서 이런 미인과 함께라면 지금부터 시작해도 인생이 참 행복하겠고 같이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가 내가 봐도 남자란 동물은 참 대책이 없다는 깨달음이 오기에 그냥 웃었어요.
하하하!.....”
 
“치이!~ 남자들의 그런 엉터리 같은 망상과 도전정신 때문에 가끔 큰 일이 이루어지기도 한다면서요?.....”
 
“하하!.... 그런가요?..... 그럼 이 기회에 큰일을 하나 이루어 볼까요? 허허!.....”
 
“제가 오늘 무슨 얘기 하려는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실은 궁금했지만 심각할 거 같아서 식사하는 중에는 묻지 않았지요.”
 
“아무래도 언니가 가은이 아빠를 많이 좋아하나 봐요!.....”
 
“무슨 일..... 있었어요?”
 
“뭐~ 큰일은 아니고요. 엊그저께 우연히 가은이 아빠 휴대폰을 열어 봤는데요. 그 안에
언니가 보낸 문자가 있었거든요?“
 
“어떤 내용이던가요?.....”
 
“그냥.... 언니 프라이버시도 있는데 이런 말을 해야 하는지..... 좀 어렵네요.”
 
“괜찮아요.... 말해 보세요.”
 
“가은이 아빠를..... 밖에서 만나고 싶다고...”
 
“가은이 아빠 반응은 어떤지 알아봤나요?”
 
“확실한 건 모르지만 가은이 아빠도 싫어하지는 않을 거예요. 이미 만났을 것 같기도 해요.”
 
“참 혼란스럽네요. 가은이 엄마 생각은 어때요?”
 
“저는 중매로 결혼해서 그냥 무난하고 재미없게 살아와서 그런지 남녀가 서로 끌리고 사랑하는 걸 말리고 싶지도 않고 어떻게 하면 남들은 그렇게 좋아하기도 하고 행복을 느끼는지 오히려 부럽기도 해요.
그런데 문제는 언니가 좋아하는 그 남자가 바로 내 남편이고 남편도 그걸 싫어하지 않는 현실을 어떻게 이해하고 대처해야 하는지를 잘 모르겠고 당혹스럽다는 거예요.“
 
“가은이 엄마!.... 혹시 질투하는 마음 같은 거는 안 생겨요?”
 
“부부나 애인 간에 애정문제로 질투나 미움이 생기는 건 서로 그만큼 애틋하게 사랑하는 마음이 클수록 많이 생길 수 있다고 봐요.
근데 저는 겉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부부로서 가정을 꾸리고 있지만 속으로는 그냥 무미건조한 편이거든요. 그래서 솔직히 말하면 질투심은 크지 않아요. 그렇다고 그냥 묵인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참 어려워요!”
 
“가은이 엄마 아빠 부부간에 무미건조한 관계가 되어 있는 이유를 물어봐도 돼요?”
 
“호호!... 그건 우리 부부의 민감한 프라이버시 문제라서 말씀드리기가 좀 곤란해요.
다음에 적당한 기회가 되면 말씀드릴 게요.”
 
“아!... 물론 억지로 대답할 필요는 없어요. 다만, 지금 상황에서도 가은이 엄마가 평상심을 유지할 만큼 초연할
수 있다는 게 보통의 경우와 많이 달라 보여서 물어본 것 뿐 이니까요.”
 
“그러시는 민영이 아빠는 아무렇지도 않으세요?”
 
“이 문제를 단순히 나만을 위주로 생각하면 의외로 간단하고 명료해요.
그러나 문제는 가까운 이웃 간에, 부부간에, 두 집 가정 전체의 문제이기 때문에 쉽게 결론을 내기가 어려운 거죠.”
 
“다른.... 연관 된 것들을 모두 제쳐두고 그냥 민영이 아빠만을 위주로 하는 생각이라도 듣고 싶어요.”
 
“나는 나이를 먹어가면서 누굴 만나서 서로 좋아하고 사랑이 뜨겁게 불붙으면 그걸 굳이 억지로 참을 필요 없이
발산해야한다고 생각하는 주의예요.
그런데 그게 나에게만 들이대는 유리한 괴변의 잣대가 아니라 내 아내에게도 공평하게 적용하려는 잣대지요.
그래서 과거에 내가 몇 번 바람을 피운 적이 있을 때 아내에게 솔직히 털어놓은 적은 있어도 나에게 책임추궁
하는 걸 절대로 용납하지 않았고 반대로 아내가 외도하는 그런 일이 있었어도 크게 나무라지는 않았어요.”
 
“어머!... 그래요?... 언니가 외도한 적이 있다는 말 처음 듣네요. 참 특별해요!”
 
“특별한 게 아니라 사실 따지고 보면 인생이란 게 참 미묘한 것이라서 민영이 엄마라는 독립적인 한 인격체가
부모 밑에서 고이 자라서 별것도 아닌 나 같은 사람에게 자신의 모든 걸 맡기고 나와 결합했는데 지금까지 살아
오면서 그 여자는 과연 나를 믿었던 만큼 나로 인해서 행복했었느냐는 문제가 하나 발생하지요.”
 
“어머!... 어쩜!... 얘기가 참 객관적이고 논리적이면서도 흥미가 있어요.”
 
“인간이 어떤 판단을 할 때는 신과 달라서 늘 완벽하지 않다는 약점을 가지지요.
어떤 부부가 어떤 계기에 의해서라도 젊고 삶의 깊이가 깊지 않고 미숙할 때 단 한 번의 선택으로 결혼이란 걸
했다고 치면, 그렇게 만난 배우자 한 사람에게 평생 목을 매고, 아무리 불행하더라도 모든 걸 감수하고 끝까지
책임을 지는 것만이 최고의 덕목으로 굳어져 있는 것이 우리 사회의 기본 구조 아니던가요?
 
그렇다면 단 한 번의 선택에 대한 책임은 무겁게 생각하면서 잘못 된 선택으로 인한 평생의 불행은 누가 보상하고 누가 책임 지나요?
 
이건 분명 우리 인간들에게 부당하게 씌워진 가혹한 굴레이기 때문에 책임을 질 것은 져야 하지만 그렇다고 잘못된 선택으로 인한 불행에 대해 전혀 개선할만한 여지도 없이 한 인간의 하나밖에 없는 인생에서,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행복을 추구할 가장 소중하고 고유한 권리를 포기해야 한다는 논리는 부당하다고 봐요.
 
따라서, 내가 민영이 엄마의 인생을 맡아서 여태까지 살아왔지만 결국은 행복하게 해주지 못했다는 객관적 결론을 인정하는 단계에 이른 지금, 민영이 엄마는 이 세상에서 그 누구로부터라도 침해당할 수 없는 한 인간 고유의 행복을 추구할 기회와 권한을 아이러니하게도 남편인 나에게서 침해 받았다는 거죠.
 
물론, 그녀의 남편인 나 자신도 그녀에게서 행복 추구권의 일부를 침해당한 것도 사실이고요.
그러면서도 서로 인내하고 살아가는 건 결국 부부 또는 아이들이 포함된 가정의 틀을 존중하고 지키기 위한 하나의 댓가라고 봐야죠.“
 
“그래서요?”
 
“그래서 내가 생각한 것이 아이들의 인생까지 직결되는 형태의 파탄 즉, 이혼 같은 건 함부로 하지 않더라도 민영이 엄마가 추구할 행복이 다른 남자에게서 오는 경우가 있다면 그걸 추구할 기회를 주는 것이 마땅하다는 생각이고 보다 인간적인 사고라고 생각하고 있지요. 너무 엉터리 괴변인가요?”
 
“아니예요! 그런 논리는 처음 들어보지만 사람들 간에 얽히고설킨 관계들을 무시하고 한 사람의 근원적 인격과 권리를 존중한다면 그 말씀이 일면 맞는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실, 주변의 관계들... 그리고 남의 이목 같은 것들이 하나 밖에 없는 소중한 내 인생보다 더 중요한 건
아니잖아요?”
 
“사설이 길었는데 이제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서요.
그런 이유 때문에 나는 민영이 엄마가 다른 남자와 사랑하거나 즐긴다 해도 웬만한 걸 포용하는 마음을 갖고
있어요.
 
그런데 문제는 지금 민영이 엄마가 마음에 둔 남자가 가은이 아빠라는 것과 그 두 사람의 배우자인 나와 가은이 엄마가 빤히 알고 있는 특수한 상황이라는 것이지요.“
 
“민영이 아빠 말씀이 의미하는 것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고 상대를 배려하는 그 마음도 잘 알았어요. 참 속이
깊은 분이군요. 오늘은 여기까지만 얘기하기로 해요. 뭔가 할 얘기를 남겨놔야 가끔 민영이 아빠 만날 기회를
가지지 않겠어요? 호호!.....”
 
의외로 말이 통하는 가은이 엄마와의 대화는 대략 이렇게 마무리 됐고 음식점을 나와서 내 차가 있는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려는데 가은이 엄마가 갑자기 내 옆으로 다가와 팔짱을 끼더니 예의 그 살인적인 미소를 날리며 술을 한 잔 더 마시고 싶다고 했다.
 
사무실 주변에서는 워낙 아는 사람이 많아서 부하 직원이나 남들의 눈에 띌까 부담스러웠지만 그렇다고 내 팔에 감겨 있는 그녀의 부드러운 팔을 떼어 낼만한 용기는 생기지 않았다.
 
그녀를 어디로 데리고 가야할지 잠시 생각하다가 걸어서 5분쯤 거리에 있는 품위 있고 은밀한 단란주점 형태의
룸 빠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얼굴을 알아보는 룸 매니저가 초저녁부터 웬 여자를 끼고 들어오는 나를 의아하게 바라보면서 인사했고 내 취향을 아는 그가 가장 조용하고 넓직한 방으로 안내하면서 “사장님 능력 있으시네요.”라고 조크하는 바람에 유쾌하게 웃었다.
 
“어머!.... 좋다!.... 남자들은 늘 이런 곳에서 술 마시나보죠?”
 
“아니요! 별 볼일 없는 사람들과 술 마실 땐 순대국에 소주 먹어요. 그런데 오늘은 최고의
VIP를 모셨으니 신경 좀 쓴 거죠. 허허!.....“
 
위스키와 안주를 주문하고 나서 매니저가 음악을 연주하는 밴드가 필요하냐고 묻기에 나는 우리 둘이서만 마실
거니까 노래반주기 조절 잘해주고 마이크를 최고 좋은 것으로 달라고 말했고 이것저것 점검하고 준비하던 매니저는 마지막으로 실내조명을 어둡게 조절하면서 실내를 조금 환타스틱한 분위기로 연출해 놓고 나갔다.
 
“여기서는 소주를 안 팔아서 위스키를 시켰는데 괜찮아요?... 허허!”
 
“네, 좋아요! 위스키도 두세 잔은 해요.... 쇼파도 이렇게 고급이고... 이 집 참 좋네요!”
 
“마음에 드셨다니 다행이군요. 자~ 드시죠!.....”
 
잔을 부딪치며 그녀와 내가 두어 잔씩 술을 마시자 그녀에게서 약간의 취기가 묻어나는 듯했다.
 
“가은이 엄마!... 근데 오늘 어쩐 일로 술을 다 마시자고 했어요?”
 
“모르겠어요. 그냥... 마음 한구석이 허전하고 누군가 옆에 있어주면 좋을 것 같아서 제가 떼를 좀 썼네요.
저 이래도 괜찮은 거죠?”
 
“그럼요!.... 나야 좋지요. 허허!.... 어디서 이런 미인과 단둘이 술을 마셔볼 수 있겠어요?”
 
“치~ 거짓말 마세요! 아까 들어오다 보니까 입구 쪽에 예쁜 아가씨들이 많던데요?”
 
“아하... 그건... 이 집에서 고용한 접대부들이고요. 가은이 엄마를 어떻게 그런 접대부와
비교 하겠어요?.... 오늘 너무 영광입니다. 많이 드세요.”
 
“참!... 민영 아빠가 불러주는 노래 듣고 싶어요!.... 노래 좀 해 주세요. 네?”
 
나름대로 분위기 있는 노래를 시작했는데 가은이 엄마는 그윽한 표정으로 노래를 들어줬고 한 곡이 끝나자 박수를 치며 한 곡 더 하라고 조르는 바람에 다시 목청을 가다듬으며 반주가 흘러나올 때에는 가은이 엄마의 손을 노래 반주기 앞으로 끌어당기며 내 옆에 서게 했다.
 
한손으로는 마이크를 잡고 다른 한손은 그녀의 허리를 감았는데 그 분위기와 느낌만으로도 아랫도리가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조금 지나자 내 어깨에 다소곳이 머리를 기대어 오는 그녀의 감촉이 너무 황홀했고 그녀의 숨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노래가 끝나자 그녀는 어린 소녀처럼 깡총깡총 뛰면서 좋아했고 그녀에게 마이크를 건네면서 와락 끌어안고는 포근하게 안아주다가 그녀의 고개를 들게 하고 그 입술에 처음으로 가볍게 입을 맞췄다.
 
살짝 입술만 부딪히고 천천히 입을 뗀 후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니 그녀는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고 그 아름다운 입술은 다른 곳으로 움직일 줄 모르고 그 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내가 다시 그녀의 입술로 다가가 이번엔 조금 더 깊숙이 나의 온기와 촉촉한 습기를 그 입술에 전하면서 그녀의
예쁜 입술과 마음을 적셔갔다.
 
이번엔 그녀의 입술을 내 입 안으로 더 깊이 빨아들이면서 내 입술로 덮어버렸고 내 입안에 갇혀서 오므린 그녀
입술의 가운데를 내 혀끝으로 두드리며 문을 열어달라고 염원하는 신호를 보냈다.
 
잠시 망설이는 듯하던 그녀의 입술은 마치 옥문을 열어주듯이 살며시 열려갔고 내 혀끝에 잠깐 닿았던 그녀의
치아도 살며시 벌어지면서 내 혀를 맞아들여주었다.
 
예쁘고 상냥한 그녀의 입 안에 들어간 내 혀가 그녀의 혀를 찾아 그 위에 얹히면서 감미로움을 만끽하는 사이 내 허리를 안고 있던 그녀의 팔이 위로 올라와 목을 끌어당기는 걸 감지했다.
 
드디어 그녀의 혀가 본격적으로 내 혀를 마중 나와 잠시 조우한 다음 서로 뒤엉키며 마치 오랜 세월 서로 그리워
하며 헤어져 있던 연인이 만난 것처럼 혀와 혀가 서로 껴안듯이 반갑게 부딪히기 시작했고 입 안에서 발생하는
뜨거운 열기가 서로의 온몸을 데워가고 있었다.
 
그녀의 혀에서 느껴지는 끈끈한 타액에는 마치 최음제라도 들어 있는 것처럼 내 아랫도리를 세워갔고 그것에
닿은 그녀의 다리 사이도 불편해하는 기색 없이 오히려 나의 하체에 밀착해 옴을 느끼고 즐겼다.
 
이제 나는 뜨겁고 강한 흡인력으로 그녀의 혀를 내 입안으로 끌어들였고 그녀의 혀끝과 아래 위와 옆을 가릴 것
없이 마음껏 빨고 압박하다가는 다시 그녀의 입으로 빨려 들어가기를 수도 없이 반복했고 입술을 떼고 서로 바라보다가 가쁜 숨을 고른 다음엔 다시 붙어서 서로를 빨아들였다.
 
“사랑해요!~... 실은 가은이 엄마와 마주칠 때마다 이렇게 내 품에... 안아보고 싶었어요!.....”
 
“아!.... 저도 행복해요!.... 나... 어쩌면 좋아요?...”
 
....................................
 
.....................................................................
 
내 입에서 뭔가를 다시 말하려 했지만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듯이 그녀가 검지 손가락을 세워 내 입술을 막으면서 우리는 다시 끌어안고 얼굴과 얼굴이, 입술과 입술이 붙어서 떨어질 줄 몰랐고 아랫도리엔 점점 더 힘이 들어가면서 서로를 짓누르고 있었다.
 
깊고 진하고 뜨거운 첫 키스가 끝나고 그녀의 노래 선곡에 맞추어 함께 노래를 불렀는데
마치 오래 사귀고 사랑해온 연인인 듯, 그 짧은 순간에 우린 아무런 거리낌도 없어졌고 마냥 친숙해져 갔다.
 
그녀의 노래를 한 곡 더 선곡해서 반주기를 누르고는 노래 부르는 그녀를 뒤에서 껴안았는데 귀엽고 깜찍한 그녀의 엉덩이와 갈라진 부분에 터질듯이 일어선 자지가 맞닿았지만 그녀는 피하거나 거부하는 기색이 없었고 그렇다고 천박하게 엉덩이를 흔들어대지도 않는 세련미가 더욱 돋보였다.
 
뒤에서 껴안은 자세에서 내 손이 점점 위로 올라가 그녀의 가슴을 살짝살짝 건드리다가 봉긋하게 솟은 복숭아 두 개를 양손 안에 살포시 쥐었는데 크지도 않고 그렇다고 부실하지도 않게 탄력 있는 그녀의 복숭아는 보기와는 다르게 정말 육감적으로 호흡하는 것이 느껴졌고 먹음직한 감촉을 전해주었으며 그녀도 내 손길을 거절하지 않고
맞이해 주었다.
 
내가 그녀의 복숭아를 쥐고 조금씩 주무르는 감촉 때문에 그녀의 노래 소리는 잠시 끊기기도 하고 간신히 이어가는 일도 서너 번 있었지만 그런 모습이 오히려 더욱 귀엽고 감칠맛을 더하고 있었다.
 
그녀의 예쁜 입술과 탄력 있는 가슴까지 점령한 내게 이제 망설이거나 주저할 것은 없어보였다.
 
그녀의 노래가 끝나고 나서 상체를 붙잡고 내 앞으로 마주서게 돌려세운 나는 이제까지 해본 키스 중에서 가장 강렬하고 뜨거운 키스를 그녀에게 퍼부었으며 이때는 나의 한 손이 그녀의 젖가슴을 강하게 쥐었다 놓았다 하고 있었는데 그녀는 거친 숨을 몰아 쉴 뿐, 이를 제지하지 않고 오히려 가슴을 앞으로 내밀며 육감적인 감각을 느끼도록 해주었다.
 
“가은이 엄마!... 진심으로 사랑해요!.....”
 
“아아!.... 저도요!.... 이렇게 서 있기가 힘들어요!....”
 
뜨거운 감흥에 취해서 비틀거리는 그녀를 부축해서 쇼파에 앉히고 나도 그 옆에 나란히 앉아서 물 반 컵을 따라
권했다.
 
물을 마신 그녀는 술을 한 잔 더 마시겠다면서 나를 끌어안고 내 볼과 입술을 옮겨가며 빠르고 귀여운 입맞춤을 반복해서 퍼부었다. 쪽!...쪽!...쪽!......
이제 그녀도 나를 향해 주저하지 않고 몸과 마음을 열어간다는 신호일 것이다.
 
“가은이 엄마!... 너무 과음하지 말아요!...”
 
“이제부터 우리 둘이 있을 땐 가은이 엄마라고 부르지 말아요!”
 
“그 ... 그럼...?”
 
“혜경이예요. 윤혜경!.... 우리 둘이 있을 때는 그냥 [혜경]이라고 불러주세요. 알았죠?”
 
“알았어요.... 혜경....씨!”
 
“호호!..... 혜경씨 말고 그냥 혜경아!.... 그렇게 불러주면 안돼요?”
 
“알았어요!... 그런데 그렇게 마구 불러도 되는 시기에 내가 알아서 할게요...”
 
“시기요?.... 시기가 언젠데요?”
 
“내가 가은이 엄... 아니 혜경씨와 정말 더 가까워지고 혜경씨를 정말 행복하게 해줘서 지금보다 더 당당하고 자신이 생겼을 때 분명히 그렇게 부를게요!”
 
“역시 민영 아빤 멋쟁이세요!... 근데 난 민영아빠를 뭐라고 부를까요? 우리끼리 좋아하면서 꼭 애들 이름을 앞에 붙이는 건 좀 그렇잖아요?”
 
“그건 옳은 말이에요. 나한테 그냥 오빠라고 하면 안되나....?...크크.....”
 
“그건 싫어요! 오빠는 상하관계잖아요?... 그냥... 자기라고 부를 거예요!”
 
“자기?.... 그렇게 불러주면 나야 고맙고 황송하지요.”
 
“좋아요!.... 그리고 조건이 있어요.”
 
“조건요?.... 무슨.....”
 
“내일부턴 나한테 하루에 전화나 문자 두 번씩 해줄 것!....호호호!.....”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그렇게 할 얘기가 많을까요?”
 
“우린 이제부터 연인이니까요!... 그리고 혜경이가 자...기를 좋아하니까요!.....”
 
“알았어요!... 알았어!....”
 
자신의 남편과 내 아내가 서로 좋아하는 상황에서 힘들고 괴로운 감정을 다 드러내지는 못하지만 나를 통해서
라도 위로받고 싶고 보상받고 싶은 그녀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을만했다.
 
그렇다고 남편을 닦달하고 돌려세울만한 애정이 남편과 그녀 사이에는 없어 보이기에 참으로 어정쩡한 입장도
이해가 갔으며 어쩌면 그녀와 비슷하게 부부 간에 깊은 애정을 갖고 있지 않은 나도 일종의 동료의식을 가지게
되면서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 문제에 대해 아내의 행복 추구권을 존중한다는 나의 괴변도 그런 감정 위에서 개발된 대외용 편의주의적 변명 인지도 모른다.
 
술을 몇 잔 더하면서 그녀와 나는 완전한 연인사이로 바뀌어갔으며 그런 분위기를 타고 나는 조금이라도 더
가까워지고 싶은 욕망 때문에 그녀를 내 무릎 위로 올려 앉히고 수시로 키스하면서 가슴을 만지다가 간혹 그녀의 허벅지를 스치기도 했는데 눈에 보일 듯 말 듯한 거였지만 내 손길이 스칠 때마다 그녀의 몸이 움찔하며 파르르
떨리고 작은 경련이 이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둘만의 시간이 점점 더 지나고 서로에게 익숙하게 되자 나는 이 기회에 그녀와 최대한 가까워져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뜨겁게 키스하면서 내 손이 그녀의 가슴을 가리는 브라우스와 브래지어를 비집고 들어가서 젖꼭지를 손바닥으로 살살 쓸어주다가 손가락을 세워 비틀어 줄 때는 그녀도 작은 신음소리를 내며 흥분에 겨워 괴로워하는 것을 보면서 나 또한 뜨거운 욕망에 점차 불이 붙어가고 있었다.
 
“아이!~ 부끄러워요!.....”
 
이렇게 말했지만 그녀도 몸속에서 깨어나는 욕망을 주체하기 어려운 나락 속으로 점차 침몰 되어 갔으며 몸과
마음을 완전히 나에게 맞기고 있는 듯 보였다.
 
어느 순간에 그녀의 젖꼭지를 입으로 베어 물었다가 혀끝으로 간질이기도 하고 앞 이로 잘근잘근 깨물어줄 때에는 그녀의 전신에 힘이 들어갔고 무의식적으로 가슴을 더욱 내밀어 뽀얗게 농익은 복숭아 두 개를 내 얼굴 앞에 쟁반에 받힌 듯이 내 밀고 있었다.
 
그녀의 신음소리는 결코 음탕하거나 노골적이지 않고 조심스러웠지만 그로 인해서 나에게는더욱 큰 쾌감과 흥분이 몰려들고 있었다.
 
“아아!....으음!.... 힘들어요!.... 그만!... 그만요!.... 아아!.....”
 
“사랑해요!.... 이제 어떡하든 혜경씨를 내게로 가져올 거예요!....”
 
“아!... 사랑해요!.... 하지만... 전 너무 힘들어요!... 아!....”
 
“힘들어 하지 말고 이제부턴 나한테 기대고 맡겨줘요 혜경씨!...”
 
“아아!.... 아으음!.... 자기 사랑해도 되는 거죠?.... 받아 주는 거죠?.....”
 
“물론!.... 혜경씨 마음 다 받아들일 거니까 우리 편하게 해요!...”
 
그녀의 젖가슴은 이제 밖으로 드러나 있었고 그곳을 빨고 깨무는 것은 내게 너무도 절실하고 짜릿한 쾌감이었다.
그러다가 드디어는 내 손길이 그녀의 양다리 사이 사타구니에 노골적으로 머물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아!.... 흠!.... 이런 느낌.... 처음이에요!.... 어쩜!.... 아아!.....”
 
내 손이 그녀가 입고 있는 바지 지퍼를 내리려고 더듬었지만 그것만은 허락하지 않는다는 몸짓을 했기에 그날은 젖가슴과 젖꼭지를 만지고 빨고 바지 위로 양 다리 사이를 만지면서 두 사람 모두 무아지경에 빠져들었고 위스키 한 병을 다 비웠다.
5. 허공에 뜬 부부의 대화
 
예기치 않았던 그녀와의 짜릿하고 흥분되는 술자리에서 그녀의 말대로 우리는 연인 사이가 되었으며 서로 아는
사람의 배우자끼리의 불륜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의 야릇하고 미묘한 공통점 때문에 더욱 빨리 가까워졌는지도 모른다.
 
룸에서 나온 우리는 만리장성을 쌓은 연인처럼 스스럼이라는 게 거의 없이 다정해 졌으며 집이 멀지 않았기에 대리기사를 부르지 않고 내 차는 사무실 지하 주차장에 그대로 둔 채 택시에 올라 집으로 왔다.
 
집에 오는 택시 안에서도 우리 두 사람은 꼭 잡은 손을 놓지 않았고 택시기사의 눈치를 보면서도 짧지만 적잖은
입맞춤을 했다.
 
아파트에 도착했을 때는 정문 앞에서 그녀를 먼저 내려주고 나는 후문 앞으로 가서 따로 내렸는데 그것은 함께 사는 동네에서 그녀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예의였고 배려하는 마음 때문이었다.
 
그 후 며칠 간 그녀와의 약속대로 하루에 두 번 정도는 그녀에게 전화를 하거나 문자를 주고받으며 모든 연인들이 그렇듯이 유치한 다정함을 키워갔다.
어떤 날은 내가 바빠서 전화나 문자를 못하고 넘어가는 때도 있었는데 그럴 때는 그녀가 먼저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자기 모하세요?”
 
“응, 일이 좀 바빴어요. 전화 못해서 미안! 혜경씨는 어디에서 뭐해요?”
 
“집에서 책 좀 보다가 자기 생각 하는 중.... 보고 싶어요!”
 
“나도.....”
 
“치~ 거짓말! 보고 싶은데 전화도 안 해요?”
 
“미안! 그 대신 뽀뽀해줄게”
 
“어떻게요?”
 
“쪽! 쪽! 쪽!..........(3백번 ㅋ)”
 
“아이! 좋긴 한데 우리가 이래도 되는 건지 잠깐씩 돌아보게 돼요
 
“우리 오늘 저녁 같이 먹을까요?”
 
“오늘은 안 돼요. 가은이 아빠랑 시댁에 갈 일이 있어서.....”
 
“알았어요. 그럼 다음에.....”
 
“다음에 언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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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지내던 어느 날, 평소에 차분하기만 하던 그녀가 조금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왔다.
 
“혜경이예요. 가은이 아빠가 이번 주 금요일 오후에 법학연구회 세미나 겸 골프 모임 때문에 제주도에 간다는데 아무래도 눈치가 이상해요!”
 
“뭐가 이상해요? ..... 며칠간이요?”
 
“2박3일 일정이라서 일요일 저녁에 온대요.”
 
“그런데 이상하다는 게 뭐지요?”
 
“아까 언니한테 가서 커피 한 잔 하다가 우연히 들었는데 언니도 이번 금요일에 어딜 간다고 그래서.....”
 
“민영 엄마가 어디 간다는 얘긴 나도 처음 들어요. 그렇지만 그게 두 사람을 의심해야하는 물증은 아닌 듯한데.....”
 
“지금 무슨 증거가 있는 건 아니지만 그냥 직감이 안 좋아요.”
 
“너무 신경 쓰지 말아요. 그리고 그 두 사람이 동행한다 하더라도 우리 두 사람이 그걸 경계하고 비난할 만큼 떳떳한 건 아니잖아요?....허허!...”
 
“그렇기는 하지만.....”
 
“이왕 통화하는 길이니 가은이 아빠 주민등록번호 좀 불러 줘 봐요”
 
“그건 왜요?”
 
“아니, 그냥.... 확인할 게 좀 있어서.... ”
 
“알았어요.... 자기 핸드폰에 문자로 찍어줄게요.”
 
“오케이!.... 이따가 전화할게요.”
 
가은이 아빠 주민등록번호를 문자로 받아서 옮겨 적고 그 옆에 내 아내의 주민등록번호를 메모한 다음 한 참 생각하다가 공항 경찰대에 근무하는 후배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이구!~.... 선배님이 웬일이세요?... 전화를 다 주시구요?”
 
“그래.... 잘 있지?... 미안허다... 전화도 자주 못하고.... 신세 질 일이 하나 있어서.....”
 
“그럼 그렇지!... 선배님이 불쌍한 중생을 그냥 굽어 살피려고 전화한 건 아닐 테고...”
 
“야야!... 바쁘니까 본론만 얘기하자... 주민번호 580105-*******, 강** 하고
590627-******* 박** 이 두 사람이 이번 주 금요일 오후에 제주도행 항공편 예약한 모양인데 사실 확인 좀
해주라.“
 
“선배님! 그거 사생활 침해에 개인정보 유출..... 공무상....비밀 누설, 또.....”
 
“알고 있어 야!.... 그러니깐 짤려도 되는 너한테 전화 하잖냐? 흐흐!.....”
 
“나 짤리면 책임지슈! 그리고 이거 무엇 때문에 그러슈?..... 이거 불륜이우?...”
 
“으응, 뭐 ... 그런... 비슷한 거야.....”
 
“전화 끊고 기다려 보슈!.....”
 
30분쯤 지났을까 후배한테서 전화가 왔다.
두 사람은 같은 날 같은 시각 같은 항공편의 바로 옆 좌석에 나란히 예약되었다는 후배의 말을 듣고는 설마 했던 게 사실로 확인 되는 순간을 맞이하며 복잡한 심경으로 담배연기를 길게 내뿜었다.
 
두 사람이 제주도 여행 까지 예약했다면 그동안 나와 가은이 엄마 모르게 어는 정도의 만남과 교류가 있었다는
얘기가 되고 그 만남에서는 함께 여행을 약속해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의 애정행각이 이루어졌다는 사실이 입증
되는 사건인데 이를 어쩐다?.....
 
내 아내와 가은이 아빠의 관계는 그동안 나와 가은이 엄마 모르게 숨기면서 어떻게 얼마나 진행 되어
왔다는 말인가?...
그리고 두 사람이 갈 데 까지 가지 않고서야 어떻게 2박3일씩 일정을 잡아서 제주도 여행을 갈 수 있다는
말인가?.....
 
그동안 가끔 가졌던 아내와의 잠자리에서 질투심을 유발하고 성적 흥분을 높이기 위해서 아내가 과거에 다른
남자와 사귀었던 이야기나 가은이 아빠와의 관계를 상상으로 진행시키며 서로 성적인 흥분을 많이 느낀 적은
있었지만 막상 아내의 불륜이 눈앞에 현실로 닥치니 참으로 평상심을 유지하기가 어려웠다.
 
아내가 좋아하고 행복을 느끼는 남자가 생기면 이를 허용하겠다고 마음먹은 평소의 원칙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마음이야 변함이 없지만 이건 과거의 어느 경우처럼 거의 다 지나간 일을 듣고 그냥 용서하고 넘어가 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기에 그리 간단하지는 않은 문제다.
 
나도 물론 과거에 아내 몰래 단순한 외도가 아니라 사랑을 한 적이 있고 최근에도 아내와 가은이 아빠 몰래 가은이 엄마와 좋은 감정을 느끼는 관계로 발전해가고 있어서 그런 대칭개념으로 보면 별 것도 아니라고 애써 자위하기도 했지만 역시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이런저런 생각으로 머릿속이 꽉 차있었고 그래도 어떤 정답을 생각해내지 못하고 한참을 생각하다가 가은이 엄마한테 전화를 걸어 두 사람의 주말여행 동행 사실을 확인해주었다.
 
나에게서 두 사람의 제주도 여행 사실을 전해들은 가은이 엄마는 한 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가 겨우 입을 열어서
어느 정도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사실로 확인 되고 보니 이건 정말 당혹스러워서 어쩌지 못하겠다고,
어쩌면 좋겠느냐고 말한다.
 
이런 통화를 하면서 평소에는 해맑고 윤기 있는 그녀의 음성이 가녀리게 떨리는 걸 느끼면서 나도 이 문제에 관한 한 그녀 못지 않은 당사자이지만 천사 같은 그녀를 이렇게 까지 힘들게 하는 내 아내와 가은이 아빠라는 두 인물이 마치 먼 곳에 있는 영화 속의 악인들 같은 착시 현상이 생기기도 했으며 증오와 분노가 일기도 했다.
 
오늘 집에 들어가는 대로 민영이 엄마가 뭐라고 하는지 들어본 다음에 다시 상의할 테니 가은이 아빠에게 절대로 아는 척하지 말라고 당부하면서 처음 당하는 일이라서 많이 힘들겠지만 그럴수록 흔들리는 모습 보이지 말자고
그녀를 위로했다.
 
“알았어요. 그렇게 하죠. 그런데 두 사람이 여행을 함께 가는 사실을 확인하는 그런 좋은 방법이 있었네요.
역시!.... 자기는 문제 해결 능력도 참 대단해요!...”
 
그런 잡스러운 일에도 흥미를 느끼고 감동하는 걸 보면 그녀는 확실히 세상물정 잘 모르고 곱게만 살아온 순수한 여자임에 틀림이 없고 그래서 더욱 남성의 보호 본능을 자극하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주도라!.....
 
그곳엔 남들에겐 없는 특수한 인연들이 내게만 있는 곳이다.
지금이야 차분하고 실속 있게 사업이나 하면서 살고 있지만 나름대로 소신과 철학을 가지고 왕성하게 활동하던
지난 시절에는 어느 올곧고 유력한 대통령 후보의 조직 참모로서 전국에 조직을 만들고 관리하며 교류하다 보니 그 때 만들어진 꽤 많은 인연들이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제주도는 4.3 사건을 비롯한 피와 눈물의 역사로 얼룩진 땅이기에 역사의옳은 편에 서고자 하는 그곳 조직원들의 결속력과 의리 그리고 그들만이 가지는 특별한 정감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며 허접한 조직폭력배 같은 것들은 이들의 응집력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만큼 특별하다.
 
지난 겨울에는 2년이 넘도록 제주도에 한 번도 내려오지 않는 이유가 뭐냐 마음이 변한 걸로 알면 되느냐고 협박
하는 그곳 친구들의 성화에 못 이겨서 하는 수 없이 잠깐 내려 갔다온 일이 있다.
 
아무리 남녘 제주의 겨울이라고는 하지만 진짜 다금바리 회를 좋아하는 나를 대접하기 위해서(가짜 다금바리가
너무 많기 때문에) 폭풍이 몰아치는 한 겨울 바다 한 복판에 배를 띄우고 파도가 배를 집어삼킬 듯한 바닷속으로 목숨을 걸고 몸을 던져 4~5kg은 족히 넘어 보이는 다금바리와 광어를 작살로 찍어가지고 올라와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웃는 그들!
천금 같은 동지들의 모습을 보면서 감동으로 목이 메이는 것을 삼키기 위해서 한참 동안 하늘을 쳐다 본 적이
있다.
 
단순히 값 비싸고 맛있고 귀한 다금바리 때문에 감동한 것이 아니라 아무리 힘으로는 따를 자가 없는 대한민국의 최고 권력자라 하더라도 그곳 제주도에서는 나 만큼 대접 받을 수 없고 진한 감동과 따뜻한 우정을 느낄 수 없을 것임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제주도는 나에게 그런 곳이다.
 
그런데 겨우 아내와 이웃집 남자가 바람피우는 일에 왜 그들이 생각나는 걸까?
아내와 가은이 아빠를 제주에서 2박3일 동안 미행하고 감시할까 하고 생각하다 보니 갑자기 그들이 생각났던
것이다.
 
내가 그들 중 한 두 사람에게 전화 한 통화만 한다면 내 아내와 가은이 아빠가 제주 공항에내려서 2박3일이 지나 다시 공항에 나타날 때까지 두 사람의 일거수일투족을 그들은 빠짐없이 감시하고 매 시간 마다 내게 보고할 것이 너무도 확실하다.
 
나는 그 결과에 강한 유혹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훌륭한 친구들에게 겨우 이 정도의 허접한 개인사를 이유로 수고를 끼친다면 그건 사람의 도리가 아니라는 생각도 유혹에 못지않게 들었기에 많이 망설였다.
 
책상 위에 놓인 전화기에 여러 차례 눈길이 갔지만 그러다가 결국은 감시와 미행의 유혹을 떨쳐버리고 포기했다.
 
그 이유는 제주의 친구들에게 하찮은 일로 번거롭게 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강했지만 따지고 보면 내 아내가 비록 바람을 피우는 현장일 지라도 인권 침해의 방법을 동원해서 상처를 주기 싫었고 나 자신 또한 과거는 물론 지금 현재에 있어서도 그리 떳떳한 입장이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물론, 아내와 가은이 아빠의 일거수일투족을 파악하는 것은 옳고 그름을 떠나서 한 인간의 관음적 본능을 채우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질투와 분노 그리고 흥분 되는 느낌의 유혹을 떨쳐버리기 쉬운 것은 아니었지만 결국 그렇게 결정하고 말았다.
 
가은이 엄마에게도 이런 나의 갈등과 고민을 털어놓을까 생각해보았지만 그렇게 되면 그녀는 당연히 서로의 남편이요 아내인 두 남녀의 애정 행각을 미행하고 감시할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하자고 나올 것이 뻔했고 그런 그녀의 뜻을 거절하기도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그 문제에 관해서는 입을 열지 않았고 퇴근 무렵이 되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날은 특별히 저녁 약속도 없는 날이었기에 정상적으로 퇴근해서 집에 들어갔다.
평상심을 잃지 않으려고 수시로 심호흡을 하면서 표정관리에 애썼고 저녁식사를 함께 하면서도 일부러 자상한 척,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하고 눈치를 살폈다.
 
커피를 한 잔 하고 있는데 아내가 대수롭지 않은 일인 듯 말을 꺼내기 시작한다.
여기 이사 오기 전에 살던 동네 친구 아줌마들이 놀러간다는데 함께 갈까 말까 생각 중이라며 이번 주 금요일에
출발하는데 일요일에 돌아온다면서 갔다 와도 되겠느냐고 묻는다.
 
먼저 살던 동네의 친한 아줌마 몇 명이서 모임도 갖고 있고 가끔 그런 얘기들이 오가는 것도 사실인 것을 나는
알고 있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는 그게 아니지 않은가? 게다가 이미 제주행 비행기 좌석까지 예약을 다 해놓고 내 앞에서는
강원도에 간다고 말하며 마치 가도 되고 안 가도 되는 것처럼 연기를 하고 있다.
 
물론 그런 경우에 내가 나서서 가지 말라고 반대한 적은 한 번도 없었기에 아내 입장에서도 보나마나 허락할
것으로 믿고 그러는 건 이해를 하지만 이번만큼은 반드시 아내가 가기로 약속 되어 있는 불륜 여행을, 오히려
가도 되고 안 가도 되는 시큰둥한 일인 양 가장하며 거짓말하는 아내의 얼굴이 가증스럽게 보였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아내를 속인 적도 한 두 번이 아니었고 내가 아내의 입장이라도 그럴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을 하며 마음을
가라앉히려 애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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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집에서.

  내가 10살 되던해.. 여름방학을 이용해 우리가족은 부산에 살고있는 이모의 집에 놀러갔다. 이모는 애기를 낳은지 얼마되지 않아서 그런지 예전엔 좀 마른편이었는데 지금은 통통하게 보였다.그래도 이쁜건 여전했다.오히려 귀여워 보여서 좋았다. 날도둑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