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 2일 일요일

빼앗긴 모녀: 딸 2부상

시장 구경을 마치고 민호는 수정의 손에 이끌려 백화점으로 향했다.  
 
민호에게는 낯선 공간이었지만 수정이에게는 놀이터 같은 곳이 었다. 민호의
 
손을 이끌고 늘 가던 명품 매장으로 들어가 점원들의  안내를 받으며 신제품을
 
둘러보는 수정이가 민호는 낯설었다. 떡볶이를 먹고 동전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며 차도 없이 온 명동과 남대문을 쏘다녔던 아까의 모습이 마치
 
거짓말 처럼, 지갑 하나에도 백만원이 넘는 금액이 붙어있는 명품매장 안에서
 
수정이는 아무 거리낌 없이 이것저것 들어보고 입어보며 익숙하게 점원들에게
 
지시하고 시중받고 있었다. 한 두번 와본 것이 아닌 듯 했으며 점원들 역시  그
 
런 수정이가 매우 익숙한 듯 했다. 한참을 둘러봐도 딱히 마음가는 것이 없어 나
 
가려던 수정이는 가장 친한 점원이 아직 진열도 하지 않은 최신상이라며 들고
 
온 세트를 보고 눈이 번쩍 뜨였다. 핸드백과 지갑, 구두가 한 셋트 였는데
 
모두 블랙이었으나 완전한 블랙이 아니라 은은한 보랏빛이 감도는 고급스러운
 
색감에 라인 하나하나 허투루 그어진 것이 없는 디자인이 순식간에 수정의 마
 
음을 사로 잡았다….. 그러나 지금 수정에게는 상훈이 쥐어준 카드가 없었다….
 
워낙 고가의 셋트라 카드가 있었어도 바로 결제할 수는 없었겠지만 상훈의 사
 
무실로 달려가 목에 메달려 할 수 있는 모든 아양을 부리면 이전의 상훈이라면
 
무조건 사주었을 것이었다.
 
너무나 갖고 싶었지만 가질 수 없었다….그 때 수정은 아까부터 못에 박힌 듯 꼼
 
짝 않고 선채로 쭈뼛거리기만 하는 민호를 바라보았다. 민호가 이 셋트 전체를
 
사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갑만이라도…..이미 보통의 스무살이 갖는 금전감각에서 완전히 동
 
떨어진 수정은 첫 데이트 하는 날 여자친구에게 백만원짜리 지갑하나 정도는
 
사줄 수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민호에게 팔백만원에 육박하는 셋
 
트 전체를 사달라고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상훈의 카드로 물쓰듯 돈을 쓰고 다
 
니던 시간이 바꾸어 놓은 수정의 금전감각은 백만원을 다른 스무살 아이들이
 
느끼는 십만원 정도로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별다른 죄책감 없이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었다.
 
민호야
 
어, 수정아
 
이거어. 지갑 너무 예쁘다. 나한테 어울려? 
 
그럼…. 너한테 뭐가 안 어울리겠어
 
우리 첫 데이트 기념으로 이거 하나만 사주면 안돼?
 
어? 그….
 
민호는 가슴이 덜컥 내려않았다. 천사같은 수정이.… 수정이를 위해서라면 못
 
할 것이 뭐가 있겠냐만은 지금 당장 없는 백만원을 만들어 낼 수는 없는 노릇이
 
었다. 빌릴만한 곳도 없었다. 막 스무살이 된 친구놈 중에 당장 백만원을 송금
 
해 줄 얼굴은 하나도 떠오르지 않았으며 동두천의 공장에서 십년째 똑같은 월
 
급을 받는 아버지나 몸이 아파 중간중간 쉬면서도 팍팍한 살림살이에 꾸역꾸역
 
식당일을 나가시는 어머니께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백만원을 달라 한단 말인
 
가…..민호는 푹 숙인 고개를 조금도 들지 못하고 개미 기어가는 소리로 입을 열
 
었다.
 
내가…지금은….아니 곧 들어 올 건데…지금 당장은 돈이…..
 
……. 
 
아무데서도 들어올 곳 없는 돈을 둘러대는 민국을 바라보며 수정이는 난생처음
 
치욕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이 혼자왔을 때에나 갖고 싶은 것이 너무 비싸 상훈
 
을 꼬드겨와 천만원이 넘는 쇼핑을 할 때도 언제나 매장 점원들 앞에서 수정은
 
공주님이었다.
 
아무리 명품매장이어도 수정과 같은 정도의 단골은 흔치 않았기에 눈에 띄게
 
거만한 태도에도 점원들은 진짜 공주님을 모시듯 극진하게 모셔왔던 것이다.
 
그런데…..
 
명품매장에 드나들게 된 이후 처음으로 수정은 정말로 돈이 없어 물건을 사지
 
못하는 처지에 놓였다.
 
민호입장에서는 억울했지만 수정이는 민호가 설마 백만원짜리 지갑 하나 사주
 
지 못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기 때문에 민호에 대한 실망과 함께 자신의
 
뒤통수에 날아와 꽂히는 점원들의 의심 가득한 시선이 견디기 힘들만큼 치욕스
 
러웠다…..
 
언니. 다음에 삼촌이랑 같이 올께요. 오늘 카드가 뭐 점검이라네. 참 나 진짜.
 
그따위로 해서 우리 삼촌같은 고객들 놓치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러나 몰라
 
이런 상황에서 믿을 것은 매장 점원들도 잘 아는 상훈의 권위에 기대는 것 밖에
 
없었으며 점원들도 그렇게 돈을 잘 쓰던 부잣집 아가씨가 갑자기 거지가 되었
 
다고는 생각지 못했기에 함께 카드사를 흉보고 저 셋트는 다른 사람에게 팔지
 
않고 킵해두겠다며 열심히 수정이의 비위를 맞추었다. 
 
매장을 나와 목적지도 없이 천천히 걸으며 둘은 아무말이 없었다. 연신 수정이
 
의 유방이 이지러지며 민호의 단단한 팔근육을 자극하던 팔짱을 끼지 않은 것
 
은 물론이었으며 손조차 잡지 않았다.
 
민호는 어떻게든 이 침묵을 벗어나고 싶었다. 
 
수정아….배…배고프지? 우리 밥먹으러 가자. 내가 맛있는거 사줄께
 
……
 
미안해 수정아…내가 진짜 다음주면 돈 들어오거든. 내가 저 지갑 꼭 사줄께
 
됐어. 지갑은…그런데 너…밥 먹을 돈은 있어?
 
그럼! 당연하지 사람을 뭘로보고. 당장 지갑은 못 사줘도 너 맛있는거 사줄 돈
 
은 있어
 
휴….그래. 밥이나 먹자
 
사실 오늘 데이트를 수정이보다 더 기다리던 건 민호였다. 그러나 첫 데이트를
 
하는 날에 백만원이 필요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수정이에게 잘보이기 위
 
해 산 옷과 12마원짜리 지쇼크 시계 때문에 아르바이트로 모아둔 돈을 많이 쓰
 
긴 했지만 한 번의 데이트에 15만원 정도 있으면 충분할 거라고 생각한 민호였
 
다. 게다가 그 15만원에는 나름의 계산으로 모텔비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낮
 
에 데이트 하는 동안 오만원 가량 썼지만 인당 삼만원짜리 무한리필 참치집이
 
최고급 요리인 줄 아는 민호에게 둘이 십만원이면 한 끼 먹기에 충분하게 느껴
 
지는 금액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민호가 간과한 것이 있었다.
 
지금 그 둘이 있는 곳은 명동 길바닥이 아니라 백화점 안이었던 것이다. 거기에
 
수정으로서는 단골집이니 자연스러운 것이었지만 민호로서는 절망적이게도
 
수정의 발길이 향한 곳은 엄청나게 고급스러운 일식집이었다. 자리에 앉자 마
 
자 익숙하게 메인요리와 사이드, 음료까지 주문을 마친 수정은 등을 기대고 편
 
안하게 핸드폰을 보았지만 민호는 머리 속으로 방금 수정이가 주문한 음식
 
의 값이 십만원을 넘는지 아닌지 계산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간신히 십만원은
 
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런데 그 때….
 
민호 너 술 잘마셔?
 
술? 그냥 그래. 평균정도인 듯
 
나는 술 진짜 못마시거든. 근데 오늘은 좀 마셔야 겠다.. 보자….여기 이거 괜
 
찮다더라 달달하니 도수도 적당하고…
 
민호는 수정이가 가리킨 메뉴판을 바라보고 또 한 번 가슴이 덜컥 내려 앉았다.
 
우유팩 같이 생긴 그 사케는 조그마한 한 팩의 가격이 육만원이었다..음식값이
 
십만원에 거의 육박했으니 그 사케를 시켰다가는 당장 예산 오버였다..
 
이거 시켜도 돼? 자꾸 물어봐서 미안한데. 나 아까같은 상황 겪는거 진짜 싫거
 
든. 엄마 아빠하고 싸워서 지금 한푼도 없단 말이야
 
안돼. 라고 말하고 싶은 민호였지만 만약 이것조차 안된다고 했다가는 수정의
 
마음 속에서 자신이 아예 삭제 될 것만 같았다…민호의 입에서는 이미 자기 스
 
스로 제어할 수 없는 말이 마구 나가 버렸다…
 
시켜시켜. 참 지갑 한 번 못사줬다고 되게 무시하네. 더 비싼거 시켜
 
치…됐어 이거면 돼. 고마워
 
민호는 조금 후에 다갈 올 일에 대한 걱정으로 머리가 터져 버릴 것 같았지만 자
 
신이 부린 객기에 기분이 조금 풀렸는지 이따금 웃기도 하며 맛있게 밥을 먹는
 
수정을 바라보며 이미 자신이 수정이에게 저항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음을 분
 
명히 깨달았다. 사람이 입에 음식을 넣는 것이 그렇게 아름답고 섹시할 수 있음
 
을 수정이와 마주앉아 밥을 먹기 전까지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핑크빛 연어
 
살이 도톰한 수정이의 입안으로 들어가 입술이 닫힌채 오물거리는 그 모습에
 
그토록 정액을 뿜어댄 걸 잊었는지 자지가 다시 아플정도로 발기해왔다. 그러
 
나 수정이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중간에 화장실에 가서
 
부모님을 제외하고 연락할 수 있는 모든 사람에게 연락을 했지만 결국 송금해
 
줄 사람을 찾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민호는 너무나 미안했지만 엄마에게 전화
 
를 걸었다.
 
엄마…
 
응 아들~ 무슨 일이야 이 시간에
 
저기…엄마 지금 시간이 좀 없어서 자세히 설명을 못하는데….나 한 십만원만
 
보내줄 수 있을까? 바로 좀….
 
뭐? 십만원이나? 뭐하려고? 너 오늘 때빼고 광내고 나가더니 여자라도 만나
 
는 거야?
 
응….지금 진짜 시간이 없어서…
 
아이고 이 철딱서니야. 너 엄마가 하루 종일 일해서 얼마 버는지 알아? 그런데
 
엄한 기집애하고 밥먹겠다고 돈을 그렇게 헐게 쓰는 거냐?
 
엄마 좀….
 
엄마 보내줄 돈 없어. 엄마 복대차고 뼈빠지게 일해서 니 등록금 내주느라 보
 
내 줄 돈 없으니 그렇게 알아!
 
마지막 희망이었던 엄마에게마저 거절 당한 후 민호는 비맞은 개마냥 축 쳐져
 
서 테이블로 돌아왔다. 정리하고 일어나 카운터로 가면서 수정이는 민호의 그
 
런 태도가 적잖이 의심스러웠지만 설마 돈이 없으면서 있다고 큰소리 쳤다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저 지갑을 사주지 못한 것이 많이 미안한가 보다는 생각
 
이 들어 나가면 다시 팔짱도 껴주고 잘해줘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다. 카
 
운터에서 민호는 떨리는 손으로 카드를 내밀었다.
 
아…고객님 죄송한데. 잔액부족으로 뜨네요.
 
그….그럴리가 없는데…그럴리가 없어요. 다시 해봐주세요
 
네……아…고객님 정말 죄송한데 계속 잔액부족이라고…..
 
민호는 이미 얼굴이 벌개진 채로 도끼눈을 하고 있는 수정이를 바라보며 계속
 
뭔가 잘못된 것 같다. 걱정마라고 이야기를 했지만 이미 수정은 민호의 자신감
 
없는 태도를 보고 어떤 상황인지 눈치를 채고 있었다.  
 
손이 너무 떨려와 팔짱을 끼고 민호와 카운터 직원을 번갈에 흘겨보고 있는데
 
직원이 홀매니저를 불러왔다.
 
고객님 혹시 다른 카드는 없으실까요?
 
미소를 지으며 그러나 단호한 어투로 매니저는 두사람에게 물어왔으나 아무도
 
대답하는 사람이 없었다.
 
이미 민호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고 수정도 당장 16만원을 계산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수정이는 생각도, 태세 전환도 빠른 아이였다. 민호처럼 어쩔 줄 모르는
 
채 시간만 보내는 타입이 아니었다.
 
당당하게 홀매니저에게 다가가 에르메스 지갑을 내밀며 안에있는 신분증과 면
 
허증을 확인시켜 주고는 카운터 위에 올려 놓으며 말했다.
 
지금 제 카드가 에러라 대신 결제 할 사람 부를께요. 이 지갑 맡아주시구요. 어
 
디 빈 테이블에 사람 올 때까지 앉아 있을께요.
 
매니저 역시 잽싼 사람이었다. 수정이의 당당한 태도와 납득갈만한 조건. 그리
 
고 무엇보다 자신도 너무 갖고 싶었던 에르메스 지갑을 보고는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그러시라 하고 구석의 조용한 테이블로 안내까지 해주고는 자리를 떴
 
다. 
 
매니저가 떠난 후 자리에 앉은 두 사람 사이에는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엄마에
 
게까지 거절 당한 민호는 더 이상 연락할 곳이 없어 그저 안절부절 하고만 있었
 
는데 갑자기 수정이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슬퍼서 우는 것이 아니라 창피
 
를 당한 것이 억울해서 분해서 자기 성질을 이기지 못해 흐르는 눈물이었다. 민
 
호는 테이블을 건너가 수정의 어깨를 감싸려고 했다.
 
놔!
 
수…수정아….
 
내 몸에 손대지 마
 
민호가 쭈뼛쭈뼛 자기 자리로 건너가 앉았을 때 수정이는 전화기를 들고 밖으
 
로 나갔다. 신분증이 들어있는 지갑까지 맡겨서 인지 직원들은 수정이를 잡지
 
않았다. 그리고 굳이 그런 것이 아니라도 분해서 우는 여자를 건드리는 것은 좋
 
은 생각이 아니었다.
 
민호는 잠시 후 자리에 돌아 온 수정이를 바라보며 무슨 이야기라도 하고 싶었
 
지만 도저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수정이는 언제부터인가 민호를 아예 투명인간 취급하고 있었다. 울고 난 후의
 
그녀는 뭔가 애틋한 기분이 들게하는 청초한 미모를 발산했기 때문에 민호로
 
하여금 당장이라도 그 가녀린 어깨를 끌어안고 싶게 만들었지만 아까의 거절이
 
너무나 충격적이어서 꿈도 꿀 수가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한참이나 지났을 때 한 중년의 남자가 자신들의 테이블로 와서
 
서는 것을 보았다. 수정이는 테이블에 엎드려 흐느끼느라 그를 보지 못했는데
 
그는 부드럽게 수정이의 뒷덜미를 쓰다듬으며 이름을 불렀다.
 
수정아….
 
삼초온~~엉엉..어엉엉…삼촌 흑흑
 
조금전까지만 해도 얼음 여왕처럼 싸늘한 기운을 뿜어내던 수정이 그 중년 남
 
성의 목에 메달려 마치 대여섯살 어린 아이처럼 칭얼대며 울어대는 모습이 민
 
호에게는 기괴하게 느껴졌다. 그러고 보니 아까 명품 매장에서 나올 때도 삼촌
 
과 같이 와서 사겠다고 했었다….삼촌이라니…..친 삼촌인 것인지…..아니면…..
 
아직도 자신에게 메달려 우는 수정이를 꼭 끌어 안은 채로 중년 남성이 민호에
 
게 말을 걸어왔다.
 
이거 참 이 녀석이 떨어지질 않아서 이대로 인사해야 겠구만. 수정이 남자친
 
구 인가 보구만. 반갑네
 
민호는 벌떡 일어나 허리를 굽히며 인사했다. 그런데 그 때….중년 남성에게 메
 
달린 수정이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작지만 분명하게 이야기했다.
 
…..니야…….수정이 남자친구…아니야….빨리 집에 가자 삼촌…..
 
허…참 이녀석이….사람을 앞에 두고…하하. 어쨌든 오늘은 이 모양이니 일단
 
데리고 들어가야 될 것 같은데…조심히 들어가고. 먼저 가보겠네
 
…아….예….알겠습니다….
 
민호는 삼촌이란 사람에 의해 억지로 메달린 팔을 풀리자 마자 아까 자신에게
 
했던 것처럼 마치 자신의 풍만한 유방 사이에 남자의 팔을 끼우듯 삼촌의 팔짱
 
을 끼고 나가는 수정이와 단 한 마디라도 나누고 싶었지만 자신쪽으로는 눈길
 
도 주지 않아 결국 말을 붙이지 못했다. 꽤나 둔한편인 민호였지만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것이 수정이와의 마지막 이라는 것을…..그토록 색정적이던 손서비스를 다시
 
는 받을 수 없다는 것도….
 
손서비스를 받고 나서 자신의 머릿속을 가득채웠던 수정이와 하고 싶던 그 많
 
은 일들이 이제 결코 일어나지 않을 꿈에 불과해졌다는 것도…..
 
그 때 민호의 휴대폰이 울렸다. 메시지가 와있었다. 어머니였다.
 
미안해 아들. 여자친구랑 재밌게 놀아
 
그 메시지와 함께 엄마가 보낸 십만원이 알림으로 떠 있었다.
 
민호는 테이블에 주저앉아 흐느껴 울었다…….엄마에게 너무 미안해서….그 와
 
중에도 수정이를 놓친 것을 안타까워하는 자신이 혐오스러워서….한참을 울었다….. 
 
한참이나 운 것이 분명한 엉망이된 얼굴로 상훈과 함께 들어온 수정이에게 부
 
부는 물어 볼 것이 너무 많았지만 조용히 고개를 젓는 상훈에 의해 제지 당한 후
 
방으로 들어가는 수정의 뒷모습을 바라만 보았다. 상훈에게 있었던 일을 전해
 
들은 부부는 일어날 만한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했다. 상훈과 함께 지내며 이미
 
돈 쓰는 재미에 깊이 물들고 취향 자체가 고급스러워진 수정이가 갓 스무살이
 
된 남자친구를 만났으니 처음에야 풋풋한 설레임이 있다 하더라도 하나부터 열
 
까지 엇나가는게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수정이가 어떻게 사람과의 관계를 만들어가고 인생을 살아갈지 답답한
 
자신들의 상황만큼이나 답답한 딸의 인생이었다.
 
다음 날.
 
예쁜 여직원까지 달고 와 제발 돈 좀 빌려 가라며 자신을 닥달하는 ㅇㅇ은행 홍
 
차장에게 오전 내내 시달리던 상훈은 간신히 홍차장을 돌려보내고 사무실 쇼파
 
에 앉아 잠시 쉬고 있었다.
 
처음으로 자신의 게임회사를 차렸을 무렵 단돈 삼천만원을 대출받기위해 감수
 
해야 했던 이루 말할 수 없는 굴욕을 떠올리면 상전벽해가 따로 없었으나 도무
 
지 돈 빌릴 일이 없는 지금으로서는 귀찮을 뿐이었다.
 
그 때 문이 벌컥 열리며 아이보리색 초미니 원피스로 한껏 멋을 낸 수정이가 들
 
어왔다. 곧바로 비서가 따라들어 오며 이러시면 안된다고 수정이를 말렸지만
 
상훈이 웃으며 괜찮다 하자 사과하고는 사장실을 나갔다.
 
내가 삼촌보러 들어온다는데 지가 뭔데 안된다 만다야?
 
미스 전은 자기 일 하는거야 괜히 괴롭히지 마 
 
흥? 삼촌은 내편이야 저 여자 편이야?
 
하하하. 그런게 어디 있어
 
뿌우. 말해 얼른. 내편이야 저여자 편이야?
 
하하. 참 녀석도. 삼촌은 항상 수정이 편이지
 
흠. 좋았어
 
상훈은 자리에 앉은 채 자신에게 다가오는 수정이를 찬찬히 살폈다. 아름다웠
 
다.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

이모집에서.

  내가 10살 되던해.. 여름방학을 이용해 우리가족은 부산에 살고있는 이모의 집에 놀러갔다. 이모는 애기를 낳은지 얼마되지 않아서 그런지 예전엔 좀 마른편이었는데 지금은 통통하게 보였다.그래도 이쁜건 여전했다.오히려 귀여워 보여서 좋았다. 날도둑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