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11일 토요일

아내의 수난 -6부

핑계없는 무덤은 없다. 어떤 사람의 어떤 행동에라도, 다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는 법이다.
 그애들이 날... 범했어! 어린애들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나는 벌거벗기운 채 양 손이 묶여 있었고, 그래서 불가항력이었단 말이야! 난... 난 억울해! 억울해!
 혜란은 들어 줄 이 없는 허공을 향해 외쳤다. 그러나 돌아오는 메아리는 자못 냉랭하고 차가운 것이었다.
 우린 어른들 몰래 어른들이 숨겨논 비디오를 보고 있었을 뿐이라고요. 누난 그 비디오속에서 정말 좋아서 어쩔 줄 몰르고 있었죠? 우리가 누날 강간한 게 아녀요~ 누나가 우릴 유혹한 거라구요~!
 그 목소리는 분명 그 주말에, 혜란을 강간한 네명의 소년들 중 하나의 것이었다.
 그렇지 않아!
 또다른 목소리. 소년들은 번갈아 가며 혜란을 희롱했다.
 킥킥... 웃기지 마요~ 사실은 누나도 즐겼잖아! 그렇잖으면 왜 홀딱 벗은 채 그 안에서 우릴 엿보고 있었죠? 우리같은 어린애들한테 당하는 게 좋은가 보죠? 하기야 우리는 누나를 완존히 뿅가게 만들었지~ 일인당 두세번씩 누나한테 우리의 귀한 정액을 뿌려 줬잖아요? 어때요, 맛이 괜찮던가요~?
 그만해!!!
 누난 처음부터 우릴 원하고 있었어! 우리가 손 대기 전부터 누나 보지는 끈적끈적 움찔거리고 있었다구! 처음부터 보지가 완전히 젖어 있어서 따로 조물라줄 필요도 없던데~? 우리가 우리껄 박아넣으니까 신나서 같이 아래를 흔들고 매달려왔잖아! 누난 처음부터 우리같은 영계들이랑 한빠구리 챙기고 싶었던 거야!
 아니야... 그건, 그건 경진씨가...
 우리 아빠가 뭘요?
 그 때, 경진의 그 특유의 경망스런 너털웃음이 들려왔다.
 푸하하하하하.... 거 봐, 혜란씨! 그따위 비디오를 찍으니까 그런 꼴을 당하는 거야! 내가 애들한테 보여준 건 아니지, 물론~ 하지만 아무리 꼭꼭 숨겨놔도, 애들이 한번 호기심을 갖기 시작하면 어른들이 어떻게 막고 숨기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라구! 아, 아니지~ 처음부터 혜란씨가 원한 게 그거였겠군~? 그렇게 음란한 자기 피알을 해서 그 음란한 욕구를 충족받고 싶었던 거야! 하하하하... 축하한다구, 축하해!
 그렇지 않아! 당신이 나빠! 파렴치한 강간범... 당신이 나를, 그리고 애들을 이렇게 만든거야!
 호오~ 그래애~? 그렇담 처음부터 외간 남자랑 그따위로 놀아나는 비디오를 찍은 건 누구지?
 그건......
 그때, 등 뒤에서 들려오는 건 바로 동수의 목소리였다.
 형수님은 정말 뜨거운 여자였죠. 이 작업을 하면서 여자도 적지 않게 안아봤어요. 하지만 형수님처럼 쎅시하고 밝히는 여자는 없었죠. 형님이 바로 옆에서 보고있는데도 형수님의 거기는 내꺼를 정말 엄청나게 조이고 물어 줬다구요. 대단했어요~!
 남편만으론 만족할 수 없었던거지... 하기야 나이 차가 그렇게 나니까 무리도 아니야~ 그래서 니 또래의 남자랑 남편 보는 앞에서 섹스를 하고, 그것도 모자라 비디오까지 찍어서는 조카뻘 되는 애들을 꼬드긴단 말이지? 쿠하하... 역시 혜란씨, 새침한 듯 보여도 뜨거운 데가 있어~! 푸하하하하!
 아니야... 그건, 그건 남편이... 억지로......
 남편의 얼굴이 잠시 눈 앞을 스쳤다. 그러나 아무말도 하지 않고, 곧장 희미해져 버렸다.
 스스로 원했던 거죠.
 남편 대신 혜란의 눈 앞에 나타난 건 연수였다.
 남편이 그러라고 해서가 아니라, 본인이 그걸 원했던 거에요. 전부터 언제나, 남편하고는 사제지간 그대로인 것처럼, 귀엽고 헌신적인 제자로 살면서도... 언제나 원했던 거죠. 좀 더 뜨겁고, 그리고 음란한 관계를! 남편 이외의 다른 남자의 육체를 안아보고 싶었던 거에요. 하지만 자기 자신은 정숙한 아내로 남고 싶었기 때문에, 스스로 바람을 피느니 불가항력으로 당하는 쪽을 원했던 거군요.
 무... 무슨 소리에요......
 너무나도 얼토당토않은 이야기에 혜란은 눈이 휘둥그래졌다.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죠? 어떻게 나한테... 당신은, 당신은......
 괜찮아요? 혜란씨,
 혜란은 너무 기가 막혀서 연수쪽으로 손을 뻗으려고 했다. 그러나 손이 닿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혜란을 연수는 조롱하듯 이쪽을 향했다. 둘 사이는 가까운 것 같았는데, 아무리 서로 다가서도 도통 닿지를 않았다.
 괜찮아요?
 혜란씨, 정신 좀 차려 봐요!
 연수가 혜란을 흔들어 깨웠다. 혜란은 눈을 뜨고서도 한참동안 꿈과 현실을 구분못하고 있었다. 그건 꿈 속에서 혜란을 조롱하던 연수의 얼굴이 바로 눈 앞에서, 이상하게도 상당히 걱정스런 빛을 띈 채 그녀를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꿈.........
 혜란은 자기 방 침대에 누워 있는 자신을 보았다. 연수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흔들어 깨우다가, 혜란이 정신을 차리자 짐짓 평소의 쌀쌀맞은 표정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혜란으로서는 아까의 조롱이 꿈이었는지, 방금 연수의 걱정스러운 표정이 꿈이었는지 쉽게 분간키 어려울 지경이었다.
 그녀는 연수의 집에 있었다. 남편이 일 때문에 몽골로 떠난 지 한달이 다 되어 가고 있었다. 그간 그녀의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 정말로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그 일들을 그녀와 함께 할 수 있는 것은 비디오를 빌미로 자나깨나 그녀의 육체에 제 것을 박아넣으려 혈안이 되어 있는 사내들을 제외하고는, 오로지 동수와 연수뿐이었다. 그나마 동수한테는, 남편과의 관계상 털어놓을 수 없는 일들이 많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혜란보다 어린 나이건만 늘 군림하듯 그녀를 압도하곤 하는 연수는, 식은땀으로 범벅이 된 혜란을, 언제나처럼 혜란을 꼼짝못하게 만드는 그 눈빛으로 바라보며, 천천히 끌어안아 왔다.
 그래, 정말로 많은 일이 있었는데... 이런 밤에는 마치 그 모든 것들이 한바탕 악몽인양 느껴지는 것이다. 혜란은 지그시 눈을 감고, 연수의 키스를 받아들였다.
 혜란이 본의아니게 경진의 집에 갇혀, 중학교에 다니는 경진의 아들과 그 친구들한테까지 돌림빵을 당한 이후, 그녀가 거의 연수의 집에서 지내게 된 지도 이미 일주일이 다 되어 있었다. 연수의 애무는 언제나처럼 혜란의 결정적인 곳을 움직이지 않은 채 언저리만을 멤돌았다. 그것은 아마도, 바로 다음날 있을 행사를 위해 혜란의 몸을 감질나게 건드려놓음이었을 것이었다.
 
 민석이 한달여간의 여행을 마치고 국내로 돌아온 건, 그가 아내한테 말한 예정일보다 이틀정도 앞선 날짜였다.
 오래간만에 접하는 고국의 공기는 정말 찌는 듯 무덥고 눅눅했다. 민석은 새삼 그간 지내고 있던 몽골의 서늘하고 깔끔한 여름을 떠올리면서 입국수속을 마쳤다.
 고국으로 돌아온 그가 처음으로 전화를 건 건, 그의 아내도 직업상 동료도 아닌, 한 친구였다.
 나 지금 왔다. 응... 그래, 그때 거기서 보자.
 반색을 하고 전화통에 이것저것 호들갑을 떠는 친구를 몇마디로 정리한 후 그는 택시를 잡았다.
 몽골의 건조한 대기로부터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눅눅하고 찌뿌드드한 한국의 대기 사이를 달리는 민석의 가슴속은, 왠지 모를 음습한 습기로 이미 상당히 달아올라 있었다.
 민석은 자신이 한국에 도착했다는 걸, 아내 혜란한테 알리지 않고 있었다. 그 채로 그는 혜란몰래 누군가를 만나고자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 시간, 남편이 이미 한국에 와 있음을 모르는 혜란은 동수, 연수와 함께 그날의 작업에 들어가려 하고 있었다.
 아이들한테 그런 일을 당한 이후 집에서 혼자 지내기가 무서워진 혜란은 밤이 되면 연수의 자취방에서 지내다시피 하고 있었다. 당연히 동수도 종종 찾아왔다.
 그 때쯤 해서, 혜란은 동수와 연수의 기묘한 관계에 대해서도 대충은 알게 되었다. 연수는 세칭 불감증이었다. 이 사실을 그녀는 동수를 통해, 또 그들 사이의 기류를 통해 알 수 있었다. 정작 연수 자신은,
 나한테 소원이 있다면, 그건 남자가 되는 거야. 남자가 돼서, 혜란씨같이 섹시한 여자의 자궁에 내 씨앗을 뿌리고 싶어!
 라는 말과 함께 그녀를 향해 음습한 시선을 보낼 뿐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연수가 레즈비언으로서 혜란의 몸을 탐했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니고, 연수는 오로지 동수로 하여금 혜란을 범하게 하고, 그것을 옆에서 지켜봄으로써 제 욕구를 달래는 것이었다.
 이 아저씨좀 어떻게 해 줘 봐요!
 동수가 찾아와 연수의 방에서 셋이 늦게까지 지내게 될 때면, 연수는 종종 이런 말로 혜란과 동수의 관계를 유도했다. 연수는 마치 성관계가 불가능한 자신한테 성가시게 매달려 오는 동수를 좀 어떻게 해 달라는 듯 혜란한테 요구해 왔지만, 사실 그것만은 아니라는 걸, 두 사람의 섹스를 열띄고 또한 촉촉한 눈으로 응시하는 연수의 얼굴에서 충분히 읽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혜란은? 혜란은 그럴 때마다 스스로 이상스러우리만치 차분하게 동수를 향해 제 몸을 열었다. 그녀도 어쩌면, 어엿한 유부녀로서 타의에 의해 다른 남자한테 안기는 것이 엔간히 익숙해 졌던 것인지도 몰랐다. ...라기보다 혜란은, 사실은 아직도 민숭민숭하고 남편의 아는 사람, 혹은 작업상의 동료로 그저 친밀하게 지낼 뿐인 동수와 몸을 섞고 있다기보다, 사실은 연수가 잠시 동수의 몸을 빌어 그녀와 관계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었다.
 동수는 처음부터 그랬다. 혜란이 처음 동수와 몸을 섞을 때, 그는 사실은 남편의 분신으로서 그녀와 관계했던 것이었다. 이제는 그것이 남편이 아닌 연수의 매개로 바뀌었을 뿐이었다. 혜란은 동수를 통해 연수와 끈끈한 관계를 맺어가고 있다고 느꼈다. 그리고 자기 자신으로서가 아니라 남의 매개로서일 뿐임에도, 그런 데 상관치 않고 오로지 삽입과 사정, 혜란의 육체 자체에 대한 갈망만으로 즐겁게 그들 사이를 매개하는 동수한테도 익숙해 졌다.
 아니, 어쩌면 그런 걸 가능케 하는 남자의 육체, 혹은 남자의 섹스가 지닌 극도의 단순성과 저열함에 익숙해 지기 시작했다는 게, 다소 현학적인 표현이긴 해도 사실에 접근한 이야기일 것이다.
 그리고 그 날, 혜란과 동수, 아니 사실 혜란과 연수는 혜란의 남편이 돌아오기 전 마지막 작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번의 작업은 처음으로, 남편을 위한 것이 아닌 그들 자신(?)을 위한 것이었다.
 그들 남녀와의 독특한 관계는 혜란으로 하여금 경진한테 받은 상처를 치유하게 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그러한 관계가 혜란의 남편이 돌아온 다음에도 이어지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그래서 연수는, 이번만은 혜란의 남편이 아닌 자신들을 위해, 오래도록 기억될 수 있는 그들만의 기록 필름을 만들어 두고 싶어했던 것이다.
 이번엔 좀 제대로 하자구요. 분 마이크도 쓰고, 조명도 제대로 달고... 카메라도 두 대 정도 써 보는 게 좋겠어. 동수씨, 집에 왜 잘 안쓰는 티알브이 캠코더 있지? 그거랑 원래 쓰는 브이엑스 이천하고 같이 해서 잡아 보자.
 하지만... 그걸 누가 다 조작하냐? 벌써 카메라가 두 대면 잡는 사람도 두 사람이어야 되잖아.
 도와줄 사람들은 있어.
 그러면서 연수는, 다시금 혜란의 육체를 그윽하게 훓으면서 덧붙이는 것이었다.
 같이 작업할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겠지.
 
 그들은 공항 터미널 근처의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녀석은 역시나 만나자마자 이것저것, 허풍스러운 태도로 너스레를 떨어댔다. 친구들 근황이니 사업상의 일화니, 심지어 어디서 줏어들은 몽골 이야기로 아는 척까지를 부지런히 해 댔다. 민석은 그런 그의, 조금은 불안감에서 나온 것도 같은 너스레들을, 예의치례로 들어줄 수 있을만큼까지만 경청해 준 다음, 불쑥 본론으로 들어갔다.
 지난번에 얘기한 거, 테입은 나왔냐?
 어? 그래... 그거 말야~
 민석의 눈이 안경사이로 집요하게 싸늘한 빛을 발했고, 너스레를 떨던 상대는 우물쭈물 무어라 떠듬거리다가는, 결국 이마의 땀을 훔치며 라벨이 붙어 있지 않은 비디오 테입을 꺼내 건냈다.
 깔끔하게 됐겠지?
 응, 전화로도 얘기했지만... 니가 소개해 준 애들이 워낙 잘해서... 그때 보낸 거 빼고 45분쯤 더 나왔어...
 뭐, 그거야... 직접 보면 알겠지.
 민석은 비로소 눈 앞에 식은 땀을 훔치며 쩔쩔 메고 있는 경진을 향해 씨익 하니 웃어보였다.
 
 마침 동수가 작업하는 스튜디오가 쉬는 날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동수와 연수는 텅 빈 작업장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었다. 스튜디오 여기저기에 조명과 마이크를 설치했고, 가운데에는 어디서 구해왔는지 번듯한 침대까지 하나 구해 놓았다.
 혜란은 연수네 집에서 보낸 세사람사이의 추억을 기념하는 데 왜 연수의 집이 아닌 이런 스튜디오에서 거창하게 작업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연수는 그냥 씨익 웃어보일 뿐이었다. 그 이유를 혜란은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안녕하세요~
 도와줄 사람 두명이 스튜디오에 도착했다. 대학생으로 보이는 청년들이었다. 듣자하니 연수의 후배들이라고 했다. 무슨 영상 모임 그런 데서 알게 돼서 친해졌다는 스토오리같았다.
 두 학생들은 연수의 지시에 따라 장비를 세팅하면서, 묘한 시선으로 혜란쪽을 흘끔거렸다. 보아하니 곱상하고 앳티가 나는 것이, 그저 영상에 관심이 있는 대학생으로서 동수가 속한 이 업계와는 별 상관이 없는 아이들임에 틀림없는 것 같았다. 그들은 연수한테 무슨 이야기를 들었는지, 마치 속옷차림의 친구 누나를 엿보는 소년들마냥 짖궂으면서도 또한 수줍은 눈길을 보내고 있었다. 혜란은 마치 그 학생들이 자신의 알몸을 엿보고 있는 양 (곧 그렇게 될 것이었지만) 기분이 야릇하고 어색스러웠다.
 자, 그럼 시작해 보지~?
 연수의 레디 고우 싸인.
 낯모르는 학생 둘이 근처에 포진하여 카메라니 조명이니를 들이대고 있는 채로, 혜란과 동수의 작업은 시작됐다. 처음으로 이런 종류의 작업을 시작하던 어느날처럼, 혜란은 어찌할 바를 모르며 수줍게 옷을 벗었다.
 자꾸만 얼굴이 화끈거려서 견디기 힘들었다. 조명의 열기 탓도 있고 해서 귀밑까지 얼굴을 붉힌 채 속살을 드러내는 혜란은, 온 몸이 파르르 떨려옴을 느끼고 있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건 낯선 장소와, 또한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러한 작업을 바라보고 있을지 알기 힘든 두명의 대학생들의 시선때문이었다. 연수의 의도를 짐작할 수 있었다.
 자아... 브레지어하고 팬티는 동수씨가 벗겨 줘. 다 벗기거든 혜란씨는 동수씨 바지랑 팬티를 천천히 벗기는 거야. 그 다음은... 말 안해도 다 알지?
 연수의 싸인은 오프 더 레코드라 하기에는 너무 크고 거침없었다. 혜란은 그제서야 알았다. 이러한 연수의 지시 자체가 작품의 일부인 것이다. 그건 남편의 지난번 작업 때도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카메라에 비치는 사람은 두 사람이겠지만, 사실상 거기에는 지시를 내리는 한 사람이 추가되어, 그렇게 세 사람이 출연하는 영화가 되고 있었던 것이다.
 연수의 지시대로, 혜란의 옷은 모두 벗겨져 뽀얀 알몸이 조명 속에서 바알갛게 빛났다. 혜란은 작업하는 학생들 중 하나가 꾸울꺽, 하고 마른 침을 삼키는 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착각인 것 같기도 했지만 혜란의 주의력을 흐트러 놓기에는 충분했다. 조명 바깥에서, 혜란의 구석구석을, 거기에 그녀의 말할 수 없이 부끄러운 행위까지를 낱낱히 보고 있을 그들.
 뭐해 혜란씨! 바지 벗겼으면 그 다음은 뻔한 거잖아.
 연수의 재촉이 떨어지고 나서야 혜란은, 주저하며 천천히 동수의 곧추선 패니스를 잡고, 그것을 입으로 가져갔다. 벌써 몇번이고 해 본 일이고 또한 그 입안에서의 감촉까지 익숙한 물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혜란의 동작은 도통 어설플 수 밖에 없었다.
 좀 더 적극적으로, 카메라 보면서!
 ......
 혜란은 이마에 땀방울이 맺히는 것을 느끼며, 그래도 시키는대로 동수의 성기를 열심히 빨면서, 시선을 포르노영화의 공식대로 카메라쪽으로 했다.
 그리고 거기서, 혜란의 시선은 거의 얼굴이 새하얗게 된 채 카메라를 들고 있는 안경잽이 학생의 열띈 눈과 마주쳤다.
 .........
 .........
 침묵. 묘한 정적.
 두터운 안경에 고수머리를 한 학생은, 카메라를 든 채 거의 넋이 나가 있었다. 수없이 마른 침을 삼키며 카메라가 흔들리지 않도록 애쓰는 것만으로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는 게 훤히 보였다. 그러자, 혜란은 이상스럽게도 왠지, 알 수 없는 용기와 자신감이 샘솟는 것을 느끼게 되는 것이었다.
 우웃......
 동수에게서 눅눅한 신음이 터져나왔다. 그만큼 혜란의 입놀림이 갑자기 능숙해 졌던 것이다. 혜란은 자신이 지닌 모든 기교와 정성을 다해 동수의 패니스를 애무해 갔다. 카메라를 든 청년의 고르지 못한 숨소리가, 이제는 어떠한 짜릿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러면서 혜란은 간혹가다 자기 자신도 모를 장난끼로, 불끈거리는 뜨거운 것을 입에 머금은 채 카메라쪽을, 정확하게는 카메라를 들고 있는 청년쪽을 향해 한껏 도발적인 눈빛을 지어 보이는 것이었다.
 ......
 하늘높이 치솟은 동수의 성기를 문득 입에서 꺼내어 혀끝으로 귀두를 간질르면서 요염하게 카메라쪽을 응시하는 혜란의 시선에, 카메라를 든 학생이 눈에 띄게 동요하는 게 이번에는 완연했다. 나중에 녹화된 화면을 본다면, 이 시점에서 꽤 심하게 흔들리는 카메라를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었다.
 혜란은 순간, 시선이 맞닿지 않았음에도, 열띈 얼굴로 이쪽을 향하며 만족스럽게 웃고 있을 연수의 표정을 훤히 볼 수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윽고 동수의 페니스가 혜란의 질구를 두드릴 즈음, 제 것을 밀어넣으려던 동수는 문득 아직 이곳이 충분히 촉촉하지 못하다며 그녀의 몸을 애무하려 했다. (애무없이 곧장 진입하려 한 건 동수가 그만큼 혜란의 애무에 흥분할대로 흥분해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러자 연수는 그를 말리며, 또하나의 재미난 제안을 했다. 그리고 혜란은 곧장 거기 따랐다.
 혜란은 어느덧, 카메라를 향해 다리를 열어 자신의 부끄러운 부위를 한껏 과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서 천천히 제 몸을 애무하고 달아올라가기 시작했다. 동수와 연수가 바라보는 앞에서 혼자 절정까지 치달았던 어느날 저녁과 같이... 카메라 두 대가 모두 이쪽을 향하고 있었고, 두 학생들의, 흥분과 부끄러움, 그 외 말할 수 없이 복잡한 여러 가지 심정이 교차하는 얼굴을 혜란은 이제 남김없이 확인할 수 있었다.
 혜란은 천천히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손가락이 닿고 있는 자신의 음부가 차츰 촉촉한 습기를 머금어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혜란을 흥분시키는 건 사실 그녀의 손놀림이 아니었다. 그것은 학생들의 시선일 따름이었다. 말하자면 혜란은, 학생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시선으로부터 애무받고 있었던 것이다.
 온 몸을 더듬는 학생들의 끈끈한, 시선으로부터의 애무를 느끼며, 혜란은 오로지 그것을 통해 천천히 절정으로 치달아가고 있었다.
 
 미, 민석아...
 왜?
 나... 아무래도 더는 못하겠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잘못하고 있는 것 같애. 제수씨가 저렇게 착하고... 아직 어려서 물정도 잘 모르는데... 이렇게 자꾸 이상한 쪽으로 끌고 가는 거, 큰 죄짓는 기분이거든...
 민석이 흥, 하고 코웃음을 쳤다.
 ...비디오 보면 뭐 신나서 잘만 하던데~? 불쌍하다면서 임신 걱정도 안하고 안에다 잘만 하데? 큰소리 땅땅치면서 혜란이한테 호령할 때는 전혀 미안하거나 죄스러운 얼굴이 아니던데?
 그, 그건......
 경진이 또다시 땀을 훔쳤다. 민석은 빙그레 입가를 흐트러뜨렸다. 녀석이 괴로워하는건 죄의식이라든가 그런 게 아니라, 사납기 그지없는, 게다가 사실상 그의 사업 자금과 기반의 원천인 지 마누라가 무섭기 때문이란 걸 알고 있었다.
 하기야 바로 그랬기에, 언젠가 우발적으로 혜란을 범하게 된 녀석이 은근히 미련을 못 버리고 있던 것을, 혜란의 육체라는 당근과 함께 간통사실 확인이라는 채찍을 곁들여 일에 끌어들일 수 있었던 것이기도 했다. 요컨대 녀석은, 지 나름대로도 그간 신나게 즐겼되, 이것저것 일이 확대됨에 따라서 꼬리가 길어질까봐 불안해 진 것이었다.
 뭐, 하기야 나도 그렇게까지 오래 일을 벌일 생각은 아니었으니까... 아 참, 억지로 비디오 보여주면서 흥분시키는 건 해 봤겠지?
 어, 그래 물론이지~ 지지난주 토요일날... 근데 그건 그만 일이 생겨서 테입에 담지를 못했다...
 민석이 느긋하게 웃었다.
 딱 한번만 더 하고 그만 하자. 대신 이번엔 내가 좀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 몰카나 테입으로가 아니고 직접 옆에서 말야. 그러구 나선 전에 얘기한대로 서로 무덤까지 가져가도록 하자구.
 저, 정말 너란 녀석은......
 경진은 기가 차다는 듯이 다시금 손수건으로 이마를 문질렀다. 민석은 아랑곳없이 카페 등받이에 편히 기대며, 새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너같은 녀석은 이해할 수 있을 리가 없지... 내가 얼마나 아내를 사랑하는지... 사랑하기 때문에 이렇게 모진 짓까지 벌이게 되는 이치를... 너같은 녀석이 이해할 수 있을 리가 없지!
 
 혜란과 동수, 그리고 연수와 다른 학생들까지가 참가한 작업이 시작된 지도 벌써 한시간 가까이가 지나고 있었다. 그 사이 혜란은 두 번 머릿속이 새하얗게 되는 감각을 경험했고, 동수는 지금 막 폭발하여, 질외사정으로 혜란의 뽀얀 알몸 이곳저곳에 제 것을 남겨놓았다.
 혜란은 기진해서 몸을 눕힌채 꼼짝못하고 있었다. 작업은 끝인가... 그런데 이상하게도 무언가 아직 미진한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그리고 연수가 두 후배들을 향해 다시금 지시를 내린 건 바로 그때의 일이었다.
 야, 저쪽에서 크리넥스 뽑아다가... 여배우한테 묻은 것들 좀 닦아 내 줘.
 ......!
 학생들은 몹시 주저했지만 결국은 시키는대로 했다. 사실 혜란은 몸 위 이곳저곳에 고인 동수의 정액들이 흘러내릴까봐 일어나 그것을 닦으러 갈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것만은 아니었다.
 학생들... 혜란은 내심 그들을 아이들이라고 생각했다. 척 보아도 백면서생, 순진한 대학생으로 보이는 그들은 시선을 외면한 채 그녀의 몸을 닦아내면서도, 휴지를 든 채 그녀의 육체를 훓어나가는 손놀림에 왠지 힘이 들어가고, 그 눈이 그녀의 곳곳에 붙박힌 채 차마 떠나가지 못하는 게 뻔히 보였다.
 연수가 푸훗훗 웃음을 삼켰다.
 어이 니들... 지금 무슨 생각하고 있는 거지? 바짓자락에 그건 뭐야?
아이들은 당황해서, 이미 바지를 뚫을 듯 텐트를 친 자기들 아랫도리를 어떻게 해 볼 염도 내지 못한 채 머뭇거리고만 있었다. 아무 말도 못하고, 얼굴만 붉힌 채,
 후후후... 이래서 도와주는 사람이 있어야 더 재밌대니까... 좀 더 해볼까? 혜란씨... 괜찮겠어?
 혜란은, 자리에 누운 채 말없이, 희미하게 따라 웃었다. 혜란은 이미 자신이 예전의 자신과는 달라져 있음을 깨닫고 있었다. 무엇보다, 연수의 웃음과 지시가 있다면, 뭐든지 할 수 있었다.
 혜란은 천천히 손을 뻗어 휴지를 쥔 채 자신의 알몸 위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 학생들의 손목을 잡았다. 그리고는 조금씩 손을 움직여, 학생들의 기억속에는 아마도 남은 평생, 영원히 슬로우모션으로 기억될 동작으로 그들의 사타구니쪽으로 다가가, 철봉마냥 팽팽해진 그것을 지그시 쥐었다.
 그것은 몹시 뜨거웠다. 마치 지금 막 혜란의 음부에서 일기 시작한 불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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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집에서.

  내가 10살 되던해.. 여름방학을 이용해 우리가족은 부산에 살고있는 이모의 집에 놀러갔다. 이모는 애기를 낳은지 얼마되지 않아서 그런지 예전엔 좀 마른편이었는데 지금은 통통하게 보였다.그래도 이쁜건 여전했다.오히려 귀여워 보여서 좋았다. 날도둑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