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28일 화요일

도박 (4편)

“했어?”
 
“아들... 밥먹구 이야기 하자.”
 
어느새 깜깜한 어둠 속에서 이야기 하고 있는 걸, 엄마가 전등을 켜시고는 부엌으로 나가셔서 저녁밥을 지어오셨다. 그날의 저녁밥은 찐감자와 석박지였다. 그리고 엄마는 어디 있었는지 몰랐던 소주 한병을 따서 석잔을 연거푸 드셨다.
 
전등 아래에서 오물오물 감자를 먹으며 엄마 얼굴을 살피는데, 아까 펑펑 울었던 엄마의 충혈된 눈이 약간 애처로왔지만, 그래도 이쁜 우리엄마였다. 쟁반에 간소하게 차렸던 저녁을 다 먹고 서둘러 이불을 펴고 누웠다. 눅눅했다.
 
“새거 깔자.”
 
엄마는 다시 일어서서 이불을 깔려고 하셨지만 나는 엄마 팔을 붙잡고 다시 눕혀드렸다. 엄마 옆에서 잠들기 전에 엄마 이야기를 듣는게 더 중요했다. 그 어떤 것 보다 말이다.
 
“엄마, 길수 아저씨...”
 
“어휴, 이 끈질긴 녀석아. 누굴 닮아서 이렇게 끈질기니?”
 
“어서 말해줘요-.”
 
“후우...”
 
엄마의 깊은 숨에서 달큰한 술냄새가 풍겨왔다.
 
“다 이야기 하면 엄마 미워하는거 아니야?”
 
“반대지, 다 이야기 해야 좋아하지. 나 속이고 살면 내가 엄마를 어떻게 좋아해?”
 
“아저씨들이랑 엄마가 그런거 해도 좋다고?”
 
“엄마가 좋다고 했잖아. 엄마가 좋으면 나도 좋다구.”
 
“처음엔 안좋았어. 실은, 엄마가 그것 때문에 많이 아팠었거든.”
 
“처음부터 듣고 싶어요. 엄마가 아저씨들이랑 그거 하는거. 근데, 어른들이 하는거 그게 뭐야? 친구한테 들었는데, 씹질이라 그런다는데, 맞아?”
 
“어휴, 몰라 이녀석아. 그렇게 부르긴 하지만 상스러워서 우리 아들은 안그랬으면 좋겠어.”
 
“그럼 뭐라고 불러?”
 
“음... 사랑?”
 
“아... 그래? 사랑.. 큭큭.. 뭔가 부끄러워, 느낌이.”
 
“그게 왜 부끄럽냐? 그 말 만큼 좋은게 어딨다고.”
 
“알았어. 사랑. 다시, 처음부터 해줘요. 엄마가 남자랑 처음 사랑하게 된거부터.”
 
“하아... 가만있어보자... 그러면 너무 길어서 잠 못잘텐데?”
 
“괜찮아. 다 들을 수 있어.”
 
“엄마는 잠들거 같은데?”
 
“그러면 나눠서.. 가장 가까웠던거부터. 오늘은 누구누구랑 했어?”
 
다른건 몰라도 그건 콕 찝었다. 왠지 모를 성적인 흥분때문이기도 했지만, 엄마가 분명히 여러남자랑 사랑을 해오셨으니까, 하루에 여러명이랑도 할 수 있다고 여겼고, 그래서 ‘누구누구’라고 분명하게 물어본 것이었다. 내 흥분 때문에 엄마에게는 수치스러울 지도 모르는 질문을 말이다. 철이 없었다.
 
“음.. 하아.. 근데, 꼭 말해야하니?”
 
“응.. 꼬옥...”
 
난감한 엄마를 배려하지 않았다. 철부지의 억지로 엄마를 재촉할 뿐이었다. 엄마는 다시 일어나시더니 소주를 두잔 더 따라 드셨고, 물도 벌컥벌컥 드신 다음 다시 누우셨다. 그리고 잠깐동안 나를 안고 계셨다. 아마도 술기운이 더 올라오기를 기다리셨겠지.
 
“오늘은... 길동이 하고만...”
 
“한번?”
 
“아니... 두 번..”
 
“어제는?”
 
“어제는 엄마 일했어...”
 
“그저께는? 그저께도 일했잖아.”
 
“응.. 두 번.. 길수씨랑, 근봉씨랑..”
 
석경이 아빠 이름이 근봉이니까, 길수아저씨랑 한번, 석경이 아빠랑 한번 했다는 것 같았다. 처음에는 그렇게 이해했었다.
 
“아.. 흐음... 근봉씨는 한번 더 했구나.. 후우...”
 
“응? 그럼 세 번 한거야?”
 
“아니.. 두 번..”
 
“석경이 아빠랑 한번 더 했다며?”
 
그때 또 다른 격정이 나를 휘감았다. 미지의 베일이 또 한꺼풀 벗겨지는 순간은 꼭 그랬다.
 
“응.. 길수씨랑 근봉씨랑 같이 하고.. 길수씨가 가고 근봉씨랑...”
 
본적이 없어서 상상이 잘 되지 않았지만 가슴은 거세게 콩닥거렸다. 우리 엄마가 동시에 두 남자와 사랑을 하다니... 어떻게 하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하고.
 
“동시 두명이랑 어떻게 해?”
 
“몰라.. 아들은 나중에 알게 될거야아. 후우... 어지럽다.”
 
그리고 엄마는 주무셨다. 나는 내가 화가났던 이유를 명확하게 인지했다. 다이알 비누랑 샴푸 같은, 우리 형편에는 써볼 수 없을 것들을 선물로 주는도, 엄마가 매일 밤낮으로 일을 하신다 한들, 내가 학교다닐 돈을 벌 정도로 풍족할 수는 없을텐데, 내가 학교를 다닐 수 있는 것도 그 때문이 틀림 없었다. 그래서 엄마가 다른남자와 몸을 맞댄 것을 엄마가 받은 것들과 놓고 생각했을 때 지금으로 치면 화대나 다름 없는 것들을 받는다고 생각되어서 화가 났던 것이었지만, 엄마의 주장대로면 그것들은 화대가 아니라 그냥 좋아서 챙겨주는 선물이었다. 엄마가 좋아서 하신다니 나도 그 점만큼은 다행스러웠는데, 마음 한켠에서는 엄마랑 사랑을 하는 남자들이 과연 엄마와 똑같은 생각을 할까 하는 것이었다. 나이는 어려도, 하기 싫은걸 하고 뭔가를 얻는 다는 것은 나를 비참하게 만든 다는 것은 분명하게 알았기 때문에, 나를 위해서라도 그 문제는 중요한 문제였던 것이다.
 
여름해는 너무 일찍 떴다. 나는 나를 깨운 햇빛을 등지고 새벽잠을 마저 청했는데, 엄마는 그때 일어나시는 소리가 들렸었다. 그리고 내가 일어나자 엄마는 이미 셔츠와 치마를 입고 나가실 준비를 다 마친 상태였다.
 
“엄마 나갔다 올게. 어제 쪄놓은 감자 먹고 있어.”
 
“엄마, 오늘도 사랑하고 올거야?”
 
“어머, 이녀석이 못하는 말이 없어? 쓰읍!”
 
손을 올려서 때리려고 하시기에 저쪽으로 피했다. 엄마의 눈매가 평상시로 돌아와서 잘못하면 또 어제와 같이 뺨을 맞을 것 같았다.
 
“엄마가 좋다그랬잖아. 물어보지도 못해요?”
 
“어휴, 이녀석아, 그래도 그걸 시도때도 없이 물어볼거야? 남사스럽게.”
 
“나랑 엄마랑만 있을 때는 안될게 뭐 있어?”
 
“말은 잘한다. 이그. 엄마 갔다 올게.”
 
엄마가 입은 긴치마는 일전에 석경이 아빠가 엄마를 더듬을 때 입었던 그 치마였다. 예감은 엄마가 오늘도 누군가와 사랑을 나누시겠구나 였다. 그때 번개치듯 어떤 욕망이 번쩍였다. 엄마가 이렇게 차려입고 나가시는 날은 무슨일이 일어나는지,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그것은 내가 학교가 있던 동안에는 무슨일이 있었을지에 대한 추론근거가 될지도 몰랐다.
 
우물쭈물할새가 없었다. 옷 주머니에 양쪽에 찐 감자를 한 개씩 넣고 밖으로 나가니 엄마는 벌써 저만치 걸어가고 계셨다. 멀리 외출하실 것처럼 입으셔서 면내 방향으로 가실까 했더니 그건 아니었고, 혹시나 했더니 공교롭게도 엄마는 석경이네 쪽으로 방향을 정하셨다.
 
뜻밖이기도 했고 이상하기도 했다. 왜 하필이면 저리로 가실까? 설마 석경이 아빠랑 아침부터?
 
추측과 공상을 번갈아 하는 동안, 눈은 놓칠듯 말듯 저 멀리 작아진 엄마를 좇았다. 엄마가 혹여라도 뒤를 돌아보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리 떨어져서 가는 게 힘들었다. 엄마가 도섭이네를 지나치고, 내 예상은 확실하게 맞아 들어가는 것 같았다.
 
아직 가본적 없는 몇 집을 더 지나쳐서, 엄마는 석경이네 대문을 열고 들어가셨다. 그리고 내가 열심히 다가가고 있는 중에 뜻하지 않게 석경이가 대문을 열고 나왔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석경이가 웃으며 손을 흔든다.
 
“아침부터 왠일이야? 마누님 보고 싶어 왔냐? 아님 엄마 따라 왔냐?”
 
생글생글 웃는 얼굴에 장난끼도 가득하다. 엄마는 우리 엄마를 말하는 것일텐데.
 
“너는 왜 나왔냐?”
 
“킥킥, 알고 싶어? 알고 싶으면 같이 면내 나가서 놀자.”
 
석경이는 내 대답도 듣지 않고 계속 킥킥거리며 내 팔짱을 끼고 내가 왔던 방향으로 걸었다. 나는 엄마를 따라 왔는데, 석경이가 도로 왔던 길로 끌고 가려는 상황이 약간 짜증이 나서 타박하려다가, 생각을 바꾸고 혹시나 하는 생각에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알았어. 근데, 왜 나왔냐고.”
 
“응? 왜는 왜야, 아빠가 나보고 하루 종일 놀고 오라면서, 이거봐라? 오백원이나 주셨어-.”
 
“우와. 갑자기 왜?”
 
“덕경언니네에서 소를 팔았는데, 우리집에서 무슨 잔치 비슷한거 하나봐. 그런 날에는 어른들 잔뜩 오니까 아빠가 용돈도 주고 그래.”
 
“잔치면 맛있는거 먹고 그래야지.”
 
“그러게-, 잔치라는데 전에 나가라는데도 기어코 있어봤거든? 그런데 안방에선 담배연기에 숨막히고, 화투 같은거 치고, 먹을거 많아도 술이 반인데, 그런잔치도 있나 몰라. 아, 맞다. 그리고, 으음.. 근데..”
 
석경이가 말끝을 흐리면서 내 눈치를 보는게 이상했던지라 마저 재촉했다. 그런데도 괜히 눈치만 살피면서 도섭이네 가까이에나 온 다음에나 말을 이었다.
 
“실은, 그때, 쓰지도 않던 오빠방에서 무슨 소리가 나서 들어갔는데, 너네 엄마랑, 다른 아저씨랑 같이 있더라구.”
 
숨이 막혔다. 나만 아는게 아니라 석경이까지 알고 있다니. 그러나 모르는척 해야 했다. 쪽팔린다는 생각도 있었고, 아는 척하는것도 이상하고 요란을 떨면 더 이상할 것 같았다.
 
“그렇구나.. 아저씨가 누구길래?”
 
“어머, 아무렇지도 않아? 나 사실, 그때부터 쭈욱 너한테 말해주고 싶었는데, 너가 알아야 될 것 같기도 하고...”
 
“이런씨, 누가 그딴거 궁금하댔어!?”
 
아무렇지도 안냐고 할 때, 왜그런지는 몰라도 마치 너네 엄마가 다른 남자랑 바람 피우는데도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냐는 뉘앙스 같아서 화가 터져나왔다.
 
“그렇다고 화내는건 왜그러는건데!”
 
내가 버럭했더니 소리를 빽 질러버리는 석경이 기세에 터졌던 화도 금새 꺼져버렸다. 다른 여자애들이었다면 토라져서 빽 소리지르고 나면 뒤돌아서 도망가버리고, 울면서 달려가고 그러는데, 석경이는 이렇게 화를 낼때면 마치 사내아이들 같았다. 화를 내고도 당당했고, 오히려 그때의 나처럼 위축되어서 어쩔 줄 모르거나 움츠러들면 몇 살이나 더 먹은 누나처럼 머리를 쓰다듬거나 등을 토닥이고는 했다. 그래서 초등학교때는 그녀의 거친 매력에 반한 남자애들이 몇 명 된다고 들었었다.
 
“아.. 아니.. 궁금하지도 않은데... 너가 자꾸 말하잖아.”
 
“그럼, 임마, 다른애들 엄마도 아니고 니 엄만데, 내가 다른애들한테 말하는 것도 아니고, 너한테 말해주는게 왜 이상하냐? 너가 걱정되니까 그런거 아냐? 으이그.”
 
한술 더 떠서 내 머리를 쥐어박는 석경이가 괘씸해서 나는 괘씸함을 꾹 참고 면내 가까이에 왔을 때 우리집쪽으로 석경이를 끌고갔다. 여름햇살이 뜨거워 땀이 줄줄 흘렀지만 멈출 수 없었다.
 
“어우씨, 뭐하는거야? 너 지금 너네집 가는거지? 왜 거기로가냐? 면내가서 놀자구.”
 
석경이는 내 손에서 팔을 빼려고 몇 번이나 시도했지만, 그렇다고 몸을 빼며 전력으로 저항하는 정도는 아니었다. 너무 더워서 집 마당에 들어서자마자 물을 길어올린다음 대야에 쏟아지는 물을 바가지에 담아서는 냅다 석경이에게 뿌려버렸다.
 
“어푸우... 야! 뭐하는거야!”
 
석경이가 소리를 버럭 질렀지만 나는 한바가지를 더 퍼부었다.
 
“너 이씨!”
 
-파악!
 
내 등짝이 찢어지는 것 같은 통증을 받았지만 나는 꾹 참고 다시 한바가지를 들어서 퍼부으려는데.
 
“푸우.. 야, 근데 시원하긴 엄청시원하다. 너도 한바가지 부어봐.”
 
더운데, 정말 그렇게 해야겠다 싶어서 내 머리에 끼얹어버렸다. 물기를 털어내기도 전에 석경이가 내 바지를 벗겨버렸고, 나도 석경이에게 달려들어서 셔츠와 치마를 벗겨버리려고 했지만 석경이가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아버렸다. 이왕 물을 끼얹은 김에 냄새나는 엉덩이와 작대기도 닦고, 다시 방으로 들어가려고 시도하는데, 문은 드르륵 하고 그냥 열려버렸다.
 
석경이는 방 안에서 옷을 벗은채로 옷장을 뒤지고 있었다. 엄마옷을 입으려고 하는 중인 듯 했다.
 
“어우씨, 보지마. 콱! 너도 옷좀 입어. 부끄럽지도 않냐?”
 
그녀의 젖은 빤스에서도, 그녀의 팔로 가린 이제 막 익어가는 가슴에서도 진한 자극이 밀려왔다. 안보는척 고개는 돌렸지만 엄마 옷을 뒤적이다가 셔츠도 한 벌 꺼내고, 치마도 한 벌 꺼내서 입는걸 다 훔쳐봤다.
 
“너 엄마한테 혼난다?”
 
“피-. 너가 나를 여기로 끌고와서 물끼얹어서 그랬다고 다 일러도 혼날까?”
 
정말 이겨먹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결국 아까부터 심술이 잔뜩 나 있던 나는 뒤돌아있던 석경이가 셔츠의 단추도 다 채우기 전에 뒤에서 껴안은 다음 힘으로 눌러서 쓰러트렸다. 그리고 먼저와 같이 왼손으로는 석경이의 가슴을, 오른손으로는 석경이의 계곡을 탐하려고 하는데, 석경이도 수비가 만만치 않았다. 오른손으로는 내 왼손을 막아내고, 왼손으로는 자신의 꽃잎을 방어하고 있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이미 잔뜩 준비되어있던 성난 작대기는 석경이의 치마 아래 빤스에 닿아있었고, 나는 오른손을 재빨리 석경이의 엉덩이쪽으로 움직여 빤스를 잡아 아래로 내려버렸다.
 
“우씨, 너 정말..”
 
성난 내 작대기가 뭔가 파고 들어야 할 것 같은 충동을 나에게 전달하고 나는 그대로 이행하기 위해 석경이의 엉덩이 사이로 내 물건을 집어넣었는데, 자극적이긴 했지만 황홀한 것은 아니었다. 그냥 석경이 다리 사이에 내 고추가 끼어있는 것일 뿐이었던 것이다.
 
뒤에서 석경이를 끌어안은채로 어떻게 해보려고 무진 애를 썼지만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몰랐고, 동수삼촌과 엄마가 뒤로 안은 상태로 뭘했길래 그렇게 살을 부딪히며 황홀한 표정을 지은건지 더더욱 궁금해지기도 했다. 도대체가 뭘 어떻게 해도 될 것 같지가 않자, 나는 포박을 풀고, 석경이의 뒷덜미를 빨며 가슴을 만졌다. 계곡은 여전히 내 오른손을 방어하고 있었다.
 
“어어후...”
 
뒷덜미를 빨자마자 신음이 시작되더니 어느새 스르르 내 오른손도 계곡으로 진입해버리고 말았다. 나는 먼저처럼 석경이를 만지고 있는데,
 
- ...... 고장난 시계, 찌그러진 양재기, 고무신 팔아요.
 
밖에서 왠 고물장수 소리가 들려서 분위기가 다 깨져버리고 말았다. 면내를 다 돌고 외곽으로 나오는 중인 것 같았다. 곧 우리 집 앞을 지날 것 같아서 나는 움직임을 멈추었다.
 
“후우.. 뭐야, 이게... 괜히 땀에 다 젖었잖아.”
 
“석경아.”
 
“응?”
 
“우리 엄마랑 같이 있던 남자는 누구였어?”
 
김빠진 김에 가만히 누워서 석경이에게 궁금했던 걸 물었다.
 
“글쎄”
 
“아는 아저씨가 아니야?”
 
“실은...”
 
“왜-, 말해보라구.”
 
“하아... 모르겠다. 말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야, 서방한테 말 못하는게 어딨냐? 말 안하는게 나쁜 마누라지.”
 
“뭐어?”
 
“서방 속이면 나쁜 마누라잖아.”
 
“야, 말 안한게 어떻게 속인게 되냐?”
 
“그게 그거지 뭐.”
 
“너가 궁금한거 말 안해주는게 속이는거면, 학교 선생님도 거짓말쟁이고, 엄마아빠도 거짓말쟁이겠네?”
 
나는 또다시 석경이에게 지고 싶지 않아서 대꾸했다.
 
“그럴 수도 있지.”
 
“하하, 말이 되냐? 아무튼, 빨리 말해봐. 무슨일이었는데?”
 
“하아...”
 
“석경아. 좀.”
 
“아니, 그게 아니구, 그때.. 하아.. 이거 어떻게 말해야되니? 그러니까, 그때 니 엄마랑, 그 아저씨 옆에 우리 엄마도 있었어.”
 
충격이었다.
 
“뭐!!?”
 
- 엿 마이 주께 나온나. 비누 떨어졌시믄 비누도 준다. 고무신, 양재기, 고장난...
 
“고물 안팔아요!”
 
나는 우리 목소리를 들은듯한 고물장수 아저씨에게 빼액 소리질러버렸다.
 
- 어허이, 참나아. 고장난 시계, 라디오,......
 
우리 대화에 방해되던 고물아저씨 목소리가 멀어질때까지 우리는 껴안고 껴안긴채 아무말 없이 있었다.
 
- 다음편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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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집에서.

  내가 10살 되던해.. 여름방학을 이용해 우리가족은 부산에 살고있는 이모의 집에 놀러갔다. 이모는 애기를 낳은지 얼마되지 않아서 그런지 예전엔 좀 마른편이었는데 지금은 통통하게 보였다.그래도 이쁜건 여전했다.오히려 귀여워 보여서 좋았다. 날도둑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