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28일 화요일

도박 (3편)

“내가 이제 니 서방이야. 알았어?”
 
“아우... 아우으...”
 
즉답을 않는 그녀의 뒷덜미를 다시한번 세차게 빨며 양손을 힘내어 움직였다. 팔힘이 점점 빠져가고 있었다. 마치 내 힘이 다하기 전에 승부를 봐야겠다는 심정으로 석경이를 다시한번 열락에 빠트리려고 했다.
 
“어후으... 어우... 죽겠어어... 나아... 어우...”
 
“서방이... 이렇게... 좋은거야... 서방님이라고 불러.”
 
입으로는 말하랴, 목덜미를 빨아주랴, 왼손으로는 그녀의 가슴과 젖꼭지를 주무르고, 오른손으로는 그녀의 계곡을 휘저으며 혼신의 힘을 다했다. 갓 터득한 갖은 기교를 모조리 동원하는 것이었다.
 
“으응...? 우웅... 어우흐...”
 
“후우.... 서방님이라고 불러!”
 
“흐응... 서어... 방... 어응.... 어윽!! 윽!! 윽!!”
 
님자는 붙이지도 못하고 아까처럼 또 한번 몸이 경직되어버렸다. 끅끅거리며 한참을 굳어있던 그녀는 또 거친 숨을 토해내더니 추욱 늘어졌다. 나는 놀라서 그녀를 바로 누이고 얼굴을 살폈는데, 풀린 눈, 상기된 얼굴로 숨을 쉬는 가슴이 오르락 내리락 했다.
 
그녀는 멍하게 허공을 응시하다가 갑자기 내 얼굴로 초점을 모으고는 손을 들어서 손가락으로 내 이마를 밀었다.
 
“으휴우...”
 
“뭐하는거야, 서방님한테!”
 
“킥킥킥, 그렇게 쉽게 불러줄 줄 알았냐?”
 
어느새 심술궂은 본래의 석경이로 돌아와 있었다. 심술궂게 웃기는 했지만, 전이랑은 다르게 왠지 예뻐보였다.
 
“아까는 서방이라매.”
 
“님까지는 안했다 모-.”
 
“그런게 어딨냐? 서방이나 서방님이나. 아무튼 이제 내가 니 서방이니까, 이제 설탕물 좀 먹자. 목말라 죽겠다, 응?”
 
“킥킥킥, 서방은 무슨. 큭큭.. 알았어. 마누님이 한사발 맛있게 올려줄게 기다려.”
 
여전히 나를 골리는 듯도 했지만 새침하게나마 서방으로 인정하는 것을 보고 만족감이 가슴에 가득 차올랐다. 공차다가 내가 공을 넣어서 이긴 것 같은 기분도 들고, 저 대가 세고 심술궂은 석경이를 가진 것 같기도 한 복합적으로 좋은 기분이었다.
 
석경이가 부엌에서 까만 흑설탕을 가득 타서 달달하기 비할데없는 시원한 설탕물을 한사발 가져왔다.
 
“서방아, 마셔라.”
 
끝까지 곱게 승복은 안하는 여자였더랬다. 나는 지칠대로 지쳤던지라 승리의 쾌감도 잠시 접어두고 설탕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런데, 다 마셔갈 때 즈음, 석경이가 사발을 빼앗았다.
 
“어우, 매너 좀 봐-. 서방이 뭐 그러냐? 마누님껀 안남기냐? 혼자 다 먹구.”
 
“내 참, 한 사발 더 타면 되잖아.”
 
“으이그 돼지야. 맛있는걸 같이 나눠먹는게 부부지. 꼬마돼지라 몰랐어? 큭큭.”
 
뭔가 진짜 부부인 것 마냥 행동하는 것 같은 그녀와 나를 타박하는 본래의 석경이가 섞이니 이전에 느껴본적 없는 이상한 기분이 가득 들었다. 가슴이 부풀어서 쿵쿵거리는게, 어지러우려고 까지 했다.
 
“다음에 또 돼지처럼 그러면 서방 아니고 돼지다 알았지?”
 
그러더니 석경이가 남은 설탕물을 마저 다 마셨다.
 
“햐아.. 이렇게 맛있는걸 혼자 다 먹구. 나쁜 돼지.”
 
“내참, 다음엔 꼭 반반 먹자. 됐지? 서방이라고 안하고 돼지라고 그러면 다시는 사랑안해준다?”
 
나도 모르게 사랑이라는 단어를 꺼내버렸다. 어디서 들은건지, 읽은건지 기억은 전혀 나지 않았지만, 내 입으로 한번도 말해본적 없는 단어를 말하자 내 머리가 다시 아찔하니 어지러웠다.
 
“호호호, 서방이 이런 남자인줄 몰랐네? 막, 로만틱한 그런 면이 있네-? 오오-. 호호호.”
 
뜬금없이 던진 단어에 이렇게도 좋아하다니. 나도 왜 사랑이라는 단어를 말하게 된건지 모르겠지만, 석경이는 너무도 좋아했다. 그래서 나도 좋았다. 어제까지만 해도 여느 사내아이들 같이 그냥저냥 친근하기도 하고 얄미울때도 많은 벗이었는데, 그때는 뜻하지 않게 진짜 내 마누라가 된 것 같았더랬다.
 
“하아... 너 때문에 여기 축축해. 시원한 것 같기도 하고, 더운 것 같기도 하고.. 나 좀 씻고 올게, 너는 저기 좀 보고 있어?”
 
“너가 뭐냐? 서방님한테.”
 
“오구오구, 서바앙-, 저쪽 좀 보고 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그랬던 것처럼, 여전히 계산하면서 들었다 놨다 하는 것 같기도 했다. 마중물을 반바가지 넣더니, 물을 길어올리는 소리가 나고, 쏟아지는 물소리, 그리고 우리 엄마가 매일 하는 뒷물 하는 소리가 났다. 여자들은 다 할 줄 아나보다 싶었더랬다. 그리고 엄마가 떠올랐다. 나도 모르게 고개가 뒤로 돌아가는데,
 
“고개 똑바로 안해?”
 
뜬금없이 매서운 목소리로 돌변한 석경이 때문에 내 고개가 원위치 했고, 내게 남아있던 무드 같은게 다 깨지는 느낌이었다.
 
- 끼이익
 
“하요- 너무 덥다, 더워. 석경아! 아빠 오셨니?”
 
“아니요!”
 
갑자기 석경이 엄마가 들어오자 잘못한게 있는 것처럼 가슴이 철렁했지만, 당황하지 않고 달려가서 인사를 드렸다. 공손하게.
 
“안녕하세요-.”
 
“어이구, 빡빡이 아들 오셨어? 언제 왔어?”
 
“얼마 안됐어요.”
 
우리 엄마보다 넙대대한 얼굴이지만 쌍꺼풀진 눈과 텔레비전에서 나올 것 같은 예쁜 눈을 가진 아줌마였다. 고된 농사 때문에 늘 까맣게 타서 주름이 늘어가는 얼굴이었지만, 나를 보면 늘 진짜 아들 대하듯 생글생글 웃어주곤 했었다. 그런 석경이 엄마랑 석경이의 얼굴은 닮은 듯도 하고 닮지 않은 것 같기도 했는데, 석경이는 쌍꺼풀이 없는 눈이었고 눈두덩이 도통했으며, 초승달 같은 눈매를 가지고 있었다. 물방울 같은 눈매를 가진 엄마와 눈만큼은 참 달랐더랬다.
 
“마루에서 잠깐 있거라. 맛난거 해줄게.”
 
아줌마는 땀에 젖은 헐렁한 셔츠의 단추가 세 개나 풀어진걸 까먹은 것인지, 고개를 살짝 숙였을 뿐인데도 셔츠 안의 가슴골은 물론 늘어진 가슴이 다 보였다. 심지어 한쪽 가슴의 젖꼭지 까지도. 그래서 그런지 금방 식었던 피가 다시 뜨거워질것만 갔았다.
 
사실 그때만 해도 남자랑 여자랑 뭘하는 건지 정확하게 몰랐기 때문에 작대기가 발딱 선다고 어른들이 하는 것처럼, 좆을 보지에 밀어넣고 싶다거나 보지를 빨아보고 싶다는 생각은 전혀 할 수가 없었다. 그냥, 아무 이유도 모른채 작대기가 벌떡벌떡 서는데 그 자체로도 기분이 근사했달까. 석경이가 부르르 떤 것도 내가 모르는 뭔가 기분을 느꼈나보다 하는 정도였고, 그래서 만족스러웠지만, 나도 그렇게 극성맞게 좋을 수 있다는 상상도 못했다. 이제 막 벌어지기 시작한 꽃봉오리같은 애송이였던 것이다.
 
“아니 근데, 석경아, 니 아버지는 도대체, 집으로 간다더니 또 어디로 간거래냐? 또 화투치러 갔지 뭐. 으이그.”
 
부엌에서 석경이에게 말하는 듯 하더니 정작, 대답도 듣지 않고 혼자 결론까지 내며 투덜거리는 아줌마를 보니 피식 웃음이 나오고 어른인데도 귀엽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아까 보고 말았던 아줌마의 젖을 떠올리는데, 엄마의 젖과는 사뭇 다른 흥분감이 밀려왔다. 아까 쪼물쪼물 주물렀던 석경이의 가슴이랑은 다르게 농익어서 단물이 꿀물처럼 흐를 것만 같은 그런 느낌의 가슴이라 그런 것 같았다. 엄마가슴은 오히려 석경이 가슴과 비슷하면서도 만지면 마음이 가라앉고 편안해지는 그런느낌이었으니 달라도 너무 달랐다.
 
석경이도 뒷물이 끝날 즈음 엄마가 들어와 낭패스럽지는 않았는지, 마루에 앉아서 책을 들다 말고 나를 보더니 피식 웃으며 괜히 내 볼을 꼬집었다. 나를 애처럼 대하는 것 같은 태도가 바뀌지 않은 것 같아서 빈정상해서 작은 목소리로 따졌다.
 
“어우씨, 서방님 볼을 꼬집는게 어딨냐?”
 
“꼬집지 말라는 법은 또 어딨냐?”
 
하여튼 여우같은 계집애였다. 아니면 나보다 머리가 훨씬 좋거나, 그것도 아니면, 내가 멍청했던 걸까? 석경이 엄마가 내어주신 것은 누룽지를 더 바삭하게 구워서 소금을 살짝 뿌린 것이었다. 짭쪼롬 하니 맛있었던 것 같아서 커서 똑같이 해보려는데 그 맛이 나지 않는다. 이빨에 끼는게 짜증나서 먹지 않는 추억 속의 별미....
 
엉겁결이긴 했지만 석경이랑 워낙 진하게 놀아버린 탓에 다른 걸 해도 재미가 없어서 해가 지기도 전에 집으로 돌아가며 인사하는데, 다른날이랑은 다르게 석경이가 봄날 핀 꽃들처럼 생긋 웃어주었다. 다른날처럼 뾰루퉁한 표정이 아니었다.
 
부모님 시대와는 달리 학교가는 여자애들도 많은데도, 자기는 비싼 학비 내며 대학교 다니는 오빠를 위해서 심심함을 참아내며 기꺼이 집에서 지내는 아이였으니 친구들이 그립고, 심심하고, 외롭고 그런거 아니었을까. 깐족거리는 걸 잘하는 이상으로 실은 속도 깊은 아이였다. 내가 가서 놀아주면 신나서 나를 골려놓고도 내가 간다고 하면 섭섭하고 괜히 삐치던 여자. 그 표정을 모두 숨기지는 못했다.
 
그대로 집에 갈까 하다가 해가 지려면 한참 남은 것 같아서 도섭이네에 잠깐 들러서 도섭이가 있으면 팽이나 빌려갈까 싶었다. 더워서 개천 물놀이라면 두손들고 환영하지만, 겨울도 아닌데 누가 팽이를 애용하겠나. 당연히 있겠거니 싶어서 문앞에서 불렀더니 아무 대답도 없다.
 
그러고 그냥 갔다면 도섭이네에서 허탕친 기억은 남아있지도 않았을 것이다. 혹여나 물가에서 놀다가 들어오려나 싶은 생각해서였는지 뭔지는 몰라도 괜히 집앞을 서성이다가 도섭이네 밭에 심어놓은 참외들이 얼마나 익었나 보려고 담을 둘러 걸어가는데 낯익은 소리를 듣고 말았다.
 
“으-, 으-, 어후, 어우흐.”
 
내 머릿속에 선명하게 새겨졌던 엄마의 신음소리. 동수삼촌이 엄마의 하얗게 드러난 엉덩이에 몸을 부딪힐때마다 터져나오던 그 목소리였던 것이다! 귀가 바짝 서는 것 같았다. 가슴이 또 다시 고동쳤다. 갑자기 한참을 전력을 다해 달렸다가 서 있는 것 같이 온 몸에 피가 빠르게 도는게 느껴졌다.
 
엄마의 소리가 확실했고 계속 나고 있었다. 나는 본능대로 움직이되 머릿속은 폭풍처럼 시야를 휩쓸어 내가 어디로 가야 저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지를 훑었다. 그리고 소리죽여 달렸다. 이윽고 도섭이내가 훤히 보이는 언덕에서 수풀 틈으로 모든 상황이 눈에 들어왔다. 예전의 부엌에서처럼, 엄마가 엎드려서 엉덩이를 하얗게 드러내고 부딪히는 남자의 몸을 감당하고 있었는데, 엄마의 엉덩이를 세차게 부딪히고 있는 남자는 아니나 다를까, 도섭이의 삼촌! 바로 길동이 삼촌이었다. 먼저 우리집에서는 엄마를 생각해주는 척 하더니, 이렇게 대낮에, 우리 엄마랑 밀회를 즐기고 있었으니, 이전에, 아니 언제부터인지 우리 엄마는 다른 남자들의 여자였단 말이었을까.
 
가슴이 쿵쿵 뛰며 엎드려서 신음하는 엄마, 멀어서 신음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엄마의 표정은 선명했다. 눈을 감고 입을 살짝 벌린채로 뭔가, 근사한 기분을 느끼는 것 같은... 엄마도 좋아하는게 분명해보였다. 어느새, 길동이 삼촌은 몸을 세게 부딪히면서 엄마의 엉덩이를 자기쪽으로 강하게 끌어당겼다. 두 남녀의 밀회가 끝이 난 것이다.
 
길동이 삼촌은 엄마를 뒤에서 끌어안은채 가슴을 주물렀고 잠깐 그렇게 있다가 약속이나 한 듯 동시에 두 사람이 바지를 추어올려 입었다.
 
그런데, 정작 화가 났던 것은 그 다음 장면이었다. 길동이 삼촌이 바구니 하나를 가져와 엄마에게 들려주는 것이 보였는데, 원래 엄마가 들고 있던 것은 아니었던 것 같아서,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오래 곱씹을 필요도 없이, 엄마가 저것 때문에 길동이 삼촌과 밀회를 나눈 것이 아닌가 싶었던 것이었다.
 
정신이 없었다. 피는 계속 빠르게 돌았고, 무슨생각을 했는지는 몰라도 순식간에 우리집이었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던 즈음, 노랗게 물든 바깥 풍경에서 엄마의 그림자가 다가왔다. 방문을 통해 집밖을 보고 있던 난 엄마가 들고 오는 바구니를 보자 심사가 뒤틀렸다.
 
“엄마, 잠깐 나좀 봐요.”
 
“응? 어디 안나갔었어?”
 
재빨리 일어나서 부엌으로 막 들어오는 엄마의 바구니 든 팔을 붙잡고 방으로 이끌었다. 나는 엄마의 바구니를 살폈다.
 
“아니, 이녀석이 왜 이러니?”
 
기름이 두병 있었고, 북어도 세 마리 담겨 있었다.
 
“엄마, 아까 다 봤어. 길동이 삼촌이랑.”
 
“아니 뭘 봤다고 그래?”
 
“엄마, 이거 얻으려고 길동이 삼촌이랑 그런거 아니지?”
 
“아니 이녀석이 정말!”
 
-짜악
 
그렇다. 뻔하게도 맞을만한 소리만 했고, 엄마도 뻔한 순서대로 내 뺨을 후려치셨다. 하지만 이내 미안한 마음이셨는지, 바구니를 내려놓고 내 얼굴을 쓰다듬으셨다.
 
“엄마한테 그렇게 말하면 어떻게 하니. 엄마... 엄마가... 그러는거, 그런거 아니야... 흐흑...”
 
그리고 울음을 터뜨리셨다. 처음에는 흐느끼듯 우시더니 나중에는 펑펑 우셨는데, 겁이 덜컥 나서 엄마 등을 쓰다듬어드렸다. 동수 삼촌이 그랬던 것처럼. 그리고 진심으로 울음을 그치고 진정하시기를 바랬다. 그렇다고 죄송하다고 하지는 않았다. 정말 궁금했고, 차라리 엄마가 좋아서 그러는 거라고 말씀하셨으면 했다. 나 때문에, 먹고 살기위해서 그러는 거라는 말은 정말 듣게 되면 미쳐버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 말만 아니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더운 여름에 펑펑 우시니 몸이 금새 축축해졌다. 엄마가 흐느낌을 멈추고 고개를 드셨을땐 바깥 하늘이 겨우 땅과 구분될 정도로 어두워졌을 때였다. 우리는 불은 켜지 않고 그대로 있었다. 나는 엄마가 먼저 말할때까지 기다릴 심산이었기에 엄마 옆에서 끈질기게 기다렸다.
 
“후륵... 엄마가... 미안해...”
 
“...”
 
“후륵... 그냥... 엄마가... 후륵... 아니야... 후우... 엄마가 나쁘지?”
 
“그런거 아니야.”
 
“하아.. 후륵...”
 
엄마가 혹시라도 수치스러워 하시거나 해서 말씀하지 않으실까봐 나는 더 못되게 솔직해버리고 말았다.
 
“전에 동수 삼촌이랑 그러는 것도 봤어. 석경이 아빠랑도.”
 
석경이 아빠는 엄마 빤스 안으로 손을 넣는 것만 본 것이지만, 그런 설명까진 할 필요가 없었다.
 
“아아... 하아... 후륵...”
 
엄마는 또 말씀이 없었다. 또 얼마나 기다리게 되려나 싶어서 마저 나아갔다.
 
“그냥, 엄마 마음 궁금해. 왜 그랬는지.”
 
“후우.. 후륵... 엄마가 그냥... 모르겠어.”
 
아무래도 그대로면 엄마가 죄책감만 느끼고 끝나버릴 것 같았다. 이끌어야만 했다.
 
“나는 엄마가.. 좋아서 하는거면 좋겠어. 아저씨들, 아빠보다 더 좋아하고, 사실 화가 난 적도 있는데, 그냥, 엄마가 좋으면 나도 좋겠어서.”
 
“...”
 
“싫은데 억지로 그러는거 아니지?”
 
“후우... 아들한테 별 물음을 다 듣네.. 하아... 후륵.. 엄마가... 아들 말대로... 후륵.. 좋아서 하는거야.”
 
“우리 먹고 사는거 어려워서 그러는거 아니지?”
 
“응.. 후륵.. 그건 아니야. 아저씨들이 그냥 좋아서 주는거래. 같이 먹자고 나눠주는것도 있고...”
 
“저기... 길수 아저씨랑도 했어?”
 
“...”
 
“이왕 이야기 한거 다 말해줘. 전부다 말해줘.”
 
“후우.. 엄마가 그런이야기 하면 아들한테 나쁜 엄마지...”
 
“나 이제 엄마만 남았는데, 나한테 속이는건 엄마가 나 버리고 가는 것 만큼 싫어. 엄마가 나 속이는게 나쁜거지. 나 버리고 가는 것 만큼 나쁜거지.”
 
그랬다.
옆 동네에 엄마가 버리고 간 애들이 몇 있었다.
얻어맞다 못해서 도망가고, 서방 술주정이 심해서 도망가고,
돈벌어온다면서 도망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국민학교때 같은 학교를 다녔을 아이들이지만, 그때는 몰랐고, 석경이랑 수다떨고 놀면서 듣거나 다른 친구들한테 듣거나 했더랬다.
 
엄마가 나를 버리고 간다고 상상만 해도 나는 살 수가 없을 것 같았다.
너무도 두려운 일이었고, 끔찍한 상상이었다.
아들새끼 혼자 놓고 도망간 엄마라니...
세상에 그보다 나쁜 엄마가 더 있을까 싶은 생각. 그것은 배신이었다.
엄마가 다른 남자와 헐벗은 채로 내가 아직 모르는 그것을 하는 것은 오히려 괜찮았다.
다만, 돈이 없어서 살기위해서 싫은걸 억지로, 수치심을 참아가며 무언가를 하는 것은 너무 싫었고,
그것보다 더 끔직한건 자기가 낳은 아이를 배신하는 것이었다.
차라리 낳지를 말지.
키우다가 힘들다고 도망가서 남겨진 아이들은 두려움을 어떻게 이겨내란 말인가... 
세상의 전부 또는 절반인 엄마가 없는데, 어떻게 즐겁게 살 수 있단 말인가...
 
- 다음편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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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집에서.

  내가 10살 되던해.. 여름방학을 이용해 우리가족은 부산에 살고있는 이모의 집에 놀러갔다. 이모는 애기를 낳은지 얼마되지 않아서 그런지 예전엔 좀 마른편이었는데 지금은 통통하게 보였다.그래도 이쁜건 여전했다.오히려 귀여워 보여서 좋았다. 날도둑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