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 14일 금요일

쫄따구 애인 농락하기1부

 내가 지금에야 요모양 요꼴이지마는, 한때나마 모델 뺨치는 여자를 노리개다루듯 해 본 적이 있

었다.
이 얘기는 요즘도 가끔 술자리에서 안주와 함께 지껄이는 내 주요 래파토리이긴 하지만, 아무도
믿지 않는다. 기껏해야 군대 온 녀석들이 곧잘 치는 줏어들은 구라정도로 넘겨버린다. 심지어는
아무리 군대 다녀온 뻥튀기래도 이건 도가 심하다고 정색하고 면박을 준 녀석도 있었다.
하지만 상관없다. 누가 뭐래도 사실이다.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나는,

티브이에 나오는 여자들보다도 훨씬 예뻤던 새침한 얼굴의 그녀를 마구 농락했더랬다. 사병 군
복을 입은 채로, 그것도 군부대 안에서.

그 때가... 이제는 좀 가물가물하지만 대충 병장 2호봉때 정도였다고 기억한다. 엄한 편인 부대였
지만, 밥도 찰만큼 찼고 남아 있는 윗 군번들도 그닥 없던 때여서 나는 전에 없이 편한 군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한민수란 쫄따구가 들어온 게 그보다 얼추 한달쯤 전의 일이었을 것이다. 녀석 쌍판대기를 보
자마자, 난 그 녀석이 이유없이 역겨웠다. 지금 생각해 보아도 참 종잡을 수 없을 정도였다. 거기
엔 아마 녀석이 나로선 처다도 못볼 수준의 일류대학 명문과생이었다든가, 그 뽀얀 얼굴, 계집에
같은 매무새가 영 속에 뒤틀렸다든가, 녀석이 나 아닌 누가 봐도 괜히 짜증이 솟구칠만한 대책불
가의 고문관이었다든가 뭐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어쨋든, 나는 그 녀석의 영약한 듯한
눈매와, 반대로 묘하게 어눌한 동작이 꼴보기 싫었고, 그래서 너무나 당연한 수순으로, 녀석을 죽
도록 갈궈댔었다.
직접 녀석을 구타하거나 그랬냐고? 알겠지만 병장정도 되어서 이등병을 직접 갈구는 일은 없다.
군대밥 2년을 괜히 먹은 게 아니다. 직접 나서지 않고도 녀석으로 하여금 대한민국에 태어난 사
실자체를 죽도록 후회하도록 만드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자세한 건 군대 다녀온 사람한테 물
어봐라! 하기야... 요즘은 군대가 좋아져서? 여튼 그렇지도 않다고 하더만,) 하여튼간에 나는 그
무렵, 이상하리만치 녀석만을 죽도록, 아니 사실은 가까스로 죽지는 않을 만큼만 소일꺼리삼아 갈
궈주고 있었다.
나한테 뜻밖의 면회가 온 건, 녀석이 시달리다 못해 몸이 배싹 말라가던 때로, 바로 전주에 지급
받은 소총의 가스조절기를 잃어버려서 오밤중 화장실에서 죽도록 맞고, 담주내로 안찾아오면 영
창 보내 버리겠다고 얼러 혼을 빼놓았던, 뭐 그런 무렵이었던 것 같다.

오수석병장님, 면횝니다.
어머니가 면횔 다녀가신 게 석달쯤 전? 친구녀석들이 발길 끊은지도 꽤 되었었다. 여자야 일병
달고 얼마 안가 깨졌고... 나는 믿어지질 않아 괜히 인사계 녀석만 몇번 타박하다가 하릴없이 면
회장으로 나갔다.
면회장소에 나가자마자, 확 눈에 띄는 얼굴이 있었다. 스물 두엇 되어보이는 여자, 칠흑같은 생
머리에 갸름한 얼굴, 잘록한 허리... 맹세컨대 그제껏, 아니 여태까지도 그렇게 예쁜 여자를 티브
이말고 실제로 본 일은 없다. (티브이에 나오는 여자들의 미모가 꼭 화장빨, 조명빨만은 아닐꺼란
생각이 든 게 이때였다.)
나는 그 얼굴에서 눈을 완전히 떼지 못하는 채이면서도 - 굼발이었다. 이해해라. - 어떤 새낀지
억수로 복받았다 생각에 카악하고 가래침을 모두었을 뿐, (바닥에 뱉지는 못했다. 괜히 걸려서 피
곤해 질까봐,) 설마 그 여자가 바로 나한테 말을 걸어올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저기...... 오수석병장님이신가요?

내 반생 통털어, 이렇게 가슴이 두근거려 본 일도 그다지 없었다. 아예 없었다고는 못하겠다. 얼
마 안가서... 아 그건 그때 이야기하자.
그... 그런데요?
......아 저기요...
그래놓고 뭐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느니 어물어물거리면서 한참 뜸을 들이고 있다. 이 여
자가, 이 스산하고 황량한 면회장에 나와 있는 것 자체가 묘하게 이상스러운 느낌을 주었다.
음...... (얼굴이 빨개져 버린다.)
에이 쌍, 빨랑 말해! 듣는 놈 숨 넘어가겠다.
저...... 민석이 아시죠? 한민석이병... 제가 민석이...... 여자친구거든요?
이런 시팔,

들떠올랐던 가슴이, 기름투성이 후라이팬마냥 식어 버렸다. 그래 뭐... 결국 그런 거였어. 나한
테...
...그래도 하필 그 새끼라니!
이렇게 찾아뵙게 된 거는요...
말안해도 안다, 망할년아! 나는 터져나오는 욕을 삼키며 얼굴을 외면했다. 그래도 하잔대로 곱게
면회 테이블에 앉아 내미는 음료수까지 말없이 받아 마신 건, 저 여자가 믿을 수 없을만치 예뻐
서일 뿐이지 다른 것은 아니다. (다시한번, 씨팔!)
여자는, 민석이가 뭐뭐 심약하다느니 곱게만 커서 여리다느니 뻔한 소리를 되뇌이고 있다. 나는
속으로 울화가 치밀어서, 복귀하거든 민석이 저 개새끼를 어떻게 죽여놓을까만 궁리하고 있었다.
돌이켜 생각하면, 민석이녀석이 처음 자대에 와서 신고식을 치를 때, 으례히 겪는 ...야 듣고나
니 니 애인이 너한텐 너무 아깝고 또 니 창창히 남은 군 생활동안 기다려 줄 것 같지도 않은데,
군생활 얼마 안남은 나한테 양보하는 게 어떻겠냐~? 식의, 사실 좀 패줄려고 준비한 질문에, 잠
깐동안 생각하더니, 잠시 데이트하시는 거라면 괜찮습니다! 라는 뜻밖의 반응을 한 적이 있었
다. 그때는 그냥 웃으며 몇번 굴려줬을 뿐이었는데, 그런 말이 이런 식으로 돌아오다니!
나는 적의에 찬 눈으로 오수석병장님이 제일 믿을만한 고참이라고... 어쩌고 변명을 늘어놓는
여자의 상판을 노려보고 있었다. 보아하니 여자는 대놓고 말하지는 못하되, 바로 민석이새끼가 얼
마전에 잃어버렸던 가스조절기 얘기를 하고 있는 거였다. 그 자식이 영창 소리에 겁먹어서 지 애
인한테까지 떠벌였었나 보다. 이런 개새끼같으니라고. 내가 일찌감찌 군대 와서 죽도록 굴르는 동
안, 그 새끼는 저런 야리야리한 여자랑 땀흘려 빠구리나 뛰고 있었겠지.
............
잠시 침묵이 흘렀다. 여자는 자기 혼자서 떠들다가 내가 별 대꾸가 없자 말할 꺼리가 떨어진 듯
어쩔 줄 몰라 하며 앉아 있었고, 나는 나대로 이 모욕(나는 정말 지독한 모욕이라고 생각했다.)을
어떻게 갚아줘야 할지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나는 문득 여자의 몸에서 풍기는 그윽한 향기를 느꼈고, 다시 한번 어쩔 줄 몰라
하는 여자의 자그만 얼굴을 응시하게 되었다. 여자는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라하고 있었
다. 여자의 얼굴, 세련된 옷차림과 몸매... 모두가 이 을씨년스럽고 답답한 면회장 풍경에선 너무
나도 튀는 것이었다. 여자의 새침해 보였던 얼굴은, 어쩌면 이러한 어색함을 스스로 느껴 당황한
데서 나온 것이었을 수도 있었다. 나는 문득, 장난기가 돌았다.
흠... 그게 말입니다~ 그 새... 아니 민수가, 확실히 좀 큰 실수를 한 거라가지고 말입니다~
일부러 딱딱한 군대 말투를 쓰면서, 의자 뒤로 삐딱하니 기대앉은 자세로 무릎을 내려 테이블아
래 그 여자의 스커트 근처로 내밀었다. 여자가 일순 움찔했지만, 나는 아랑곳않고 위압적으로 밀
어붙였다.
나나 고참들이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말입니다~ 간부들이 알면, 고게 또 곧장
영창으로 가게 될지 모르는 사안이라서...
진짜냐고? 웃기지 마라. 군대에서 가스조절기 분실은 꽤 흔한 사건이다. 지금 생각하면 내가 무
슨 깡으로 이런 심한 뻥을 아무렇잖게 쳤는지 잘 모르겠다.
내 말에 쫄아버린 건지 여자는 내가 무릎팍으로 살살 비벼대기 시작했는데도 꼼짝하지 못하고,
다소 겁먹은 듯 듣고만 있었다. 나는 점점 더 간댕이가 부풀어 갔다. 까짓꺼 하는 김에 팍팍 튀기
는 거다! 하다 잘 안되면 그때 가서 그냥 장난이었다 눙치고 말지 뭐.
혹시 간부들이 잘못 꼬아버리면, 군법회의로 연결돼서 호적에 빨간 줄 그어지는 사태가 생길수
도...
여자의 얼굴에 겁먹은 기가 돌았다. 나는 이건 좀 너무 뻔한 거짓말이 아닌가? 하고 흐리려던
말꼬리를 그냥 바짝 다잡았다.
그렇게 되지 말란 법이 없다 이겁니다. 얘가 신병인 데다가, 도채 주변머리가 없어놔서...
말해 두지만 내가 원래 그렇게 말주변이 좋다든가 한 편은 못된다. 헌데 묘한 건, 평소의 어눌한
말투가 오늘따라 기름친 듯 능수능란히 돌아가면서 (겨우 위에 말 정도가 능수능란 이냐고? 정
말 그때는 능수능란했는데 세월이 오래 지나서 잘 옮기지 못하는 거다. 내가 그렇다면 그런 줄
알고 그냥 믿어라!) 나 자신도 생각못한 구라가 마구 튀어나오는 것이었다. 그것은 여자의 겁먹은
얼굴때문일 수도, 그 야릇한 향기때문이었을 수도, 혹은 덮쳐누른 내 무릎팍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던 그 무릎의 따스한 느낌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여기까지 오면 뻔한 거 아니냐. 이대로는 녀석의 신상에 큰일이 생길 공산이 크고, 고참들이 덮
어줄려 해도 사실 일이 그렇게 간단치가 않다. 하지만, 성희(이게 그 여자의 이름이었다.)씨 하기
에 따라서 방법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이렇게 해서 나는 어떻게든 언젠가의 농담(?) 그대로
이 여자와의 데이트를 유도하고자 했던 것이다. 어차피 민석이녀석이 아닌 내 면회로 이렇게 온
거라면, 그 정도는 어느정도 각오(?)해야 했던 게 아닌가?
여자는 이상하리만치 별 대거리도 못하고 (지금 생각하면 그 여자가 왜 그렇게까지 고분고분했
던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고개만 끄덕거리고 있었다. 하기야 별일도 아니지 않은가? 애인을
잘 봐달라는 뜻으로, 외로운 굼발이랑 한번쯤 말상대해주고 같이 놀아주는 것도 그렇게 이상한
건 아니다. 그걸 호들갑떨면서 과잉반응한다면 그게 차라리 더 이상한 의미가 되리란 생각을 했
을 법도 하다. 물론, 그런 생각이 응근슬쩍 다가와 무릎에 비벼대는 내 무릎팍을 정당화해주지는
못했을 테지만,
이야기가 끝날 무렵, 내 얼굴은 어느덧 그녀의 입김이 느껴질만큼 가까운 거리까지 다가가 있었
다. 어느새 내 다리사이 귀여운 아들놈이 불끈 고개를 드는 게 느껴졌고,

일이 잘될려고 그러는지, 그때 위병소 근무를 서고 있던 녀석이 마침 내 신병교육대 동기였다.
그래서 면회외출을 나가는 게 그리 까다롭지 않았다. 중대에야 전화 한통 때려주면 그만이었고.
여섯시 면회종료 시간까지는 세시간쯤 남아있었지만, 소대에 급한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외박나
갔던 애들 들어오는 여덞시까지는 어떻게 비벼볼 수 있을 터였다.
딱한 것은 여자였다. 어떻게 가벼운 마음으로 따라나선다고 (어느정도 죄책감은 있었을 게다. 그
성격을 봐서,) 나왔겠지만, 저런 여자가 나같은 종류의 사람을 접해 봤을 리가 없다. 온실속 화초
맨치 점잔떨며 사람대하는 데에만 익숙해서, 나같은 녀석한테 어떻게 대해야 될지 그저 어색하기
만 했으리란 게 대충 짐작이 간다.
여자는 그렇게, 주춤거리는 발걸음으로, 나와는 어색한 거리를 둔 채 따라왔다. 나는 무심한 척
했지만, 속으로는 기대와 흥분이 온갖 생각을 만들어 내며 복잡해져 있었다. 이거 잘하면, 민석이
놈 실수를 핑게로 어떻게 뽀뽀정도는 훔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으로
나는, 발걸음을 자연스레 부대앞 뒷골목으로 옮겼다.
지저분한 거리, 퀴퀴한 냄새, 허름한 가게들에 여자는 몹시 주저하는 듯 했지만, 나는 모르는 척
한 카폐 문을 열었다. 여자도 어쩔 수 없이, 애써 초연한 척 따라 들어왔다.
어두운 카폐, 칸막이가 높은 구석자리를 잡은 나는, 반 강제로 여자를 내 옆자리로 앉혀 버렸다.
뻔뻔스레 강요할수록 오히려 고분고분해지는 여자의 태도가 용기를 붓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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