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4일 토요일

나비의 늪 1부

내가 미야누나를 만난것은 누나의 장례식날이었다.
 
오랫동안 병으로 앓고 있던 누나가 갑자기 숨을 거두자, 평소에 다정했던 누나의 친구
 
들이 울음을 터뜨리며 우리집으로 몰려들었다.
 
그 중에는 이미 결혼을 하여 남의 아내가 돼 버린 사람도 있었고, 아직 처녀로 남아
 
있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그 속에 미야누나는 끼어있지 않았다.
 
그때까지도 나는 죽은 누나의 친구 가운데 미야라는 이름의 여자가 있는지 없는지도
 
몰랐다.
 
우리집을 드나들었던 누나의 친구라면, 나는 그 얼굴 모습이며, 이름이며, 가정환경은
 
물론 그 성격까지도 환히 알고 있는 터였다.
 
그러나 미야누나는 그날이 처음이었다.
 
그것도 우리집으로 찾아온 것이 아니라 누나를 장사 지내는 공동묘지에 느닷없이 나타
 
났던 것이다.
 
삼월 중순이라 아직 땅 속은 얼어붙어 있었고, 그래서 무덤을 파는 두 사람의 인부는
 
곡괭이와 삽을 휘두르면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
 
다.
 
인부들이 무덤을 파는 동안 누나의 관 주위로 몰려든 누나의 친구들과, 그리고 어머
 
니와 나는 나즉한 소리로 흐느끼고 있었다.
 
멀리 바라보이는 산꼭대기엔 아직도 흰 눈이 히끗히끗 묻어 있었고, 거기서 불어오는
 
듯한 싸늘한 바람이 아직 봄이라 느끼기엔 이른
 
것 같았다.
 
이윽고 누나의 관이 무덤 속으로 내려앉자 울음소리는 더욱 고조되었고, 나는 마지막
 
으로 울부짖으며 누나를 불렀다.
 
그 중에서 두 사람의 인부를 제외하곤 남자라곤 나 혼자뿐이었다.
 
나는 슬그머니 돌아서서 손수건으로 울음을 짓눌렀다.
 
그러면서 나는 몸부림치듯 울부짓고 있는 누나의 친구들을 무심코 돌아보다가 두 눈이
 
휘둥그래지고 말았다.
 
누나의 장례식에 참석한 누나의 친구들은 분명히 다섯 사람이었다.
 
그런데 어느새 한 사람이 더 나타났는지 어머니 옆으로 늘어선 누나의 친구들은 여섯
 
사람이었다.
 
나는 내 눈을 의심하면서 다시 한 번 살펴보았지만 분명한 여섯 사람이었다.
 
장의사에서 보내온 영구차에 누나의 관을 싣고, 뒤따라 모두 차에 오를 때까지도 누나
 
의 친구들은 모두 낯익은 다섯 사람뿐이었다.
 
그렇다면 새로 나타난 한 여자는 공동묘지 입구에 미리부터 기다리고 있다가 내가 모
 
르는 사이에 장례 행렬에 슬쩍 끼어든 것 같았다.
 
누구일까?
 
나는 그 새롭게 나타난 누나의 친구가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인부들이 사정없이 누나의 관 위로 흙을 덮기 시작하자 모두 고개를 떨군 채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흐느끼고 있었기 때문
 
에 그 여자의 얼굴은 볼 수 없었다.
 
하지만 비스듬히 등을 돌리고 있는 여자들 가운데서 나는 첫눈에 까만 스프링 코트에
 
까만 스카프를 목에 두른 그 여자의 뒷모습을 찾
 
아 낼 수 있었다.
 
귀 밑이 유난히 희게 보이는 그 여자는 다른 여자들 틈에 끼어 여전히 어깨를 들먹이
 
고 있었다.
 
그렇게 미리부터 까맣게 차려입은 여자는 그녀 혼자뿐인 것 같았다.
 
나는 여러가지 궁금증이 한꺼번에 치밀었다.
 
왜? 우리집엔 나타나지 않고, 이렇게 무덤에 불쑥 나타난 것일까?
 
누나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면, 우리집부터 먼저 나타나 어머니나 나를 위로해 주
 
는 것이 죽은 누나에 대한 우정(友情)이 아닐까?
 
그러한 나의 궁금증 밑에서 영문을 알 수 없는 야릇한 호기심이 고개를 쳐들었다.
 
얼굴을 볼 수만 있다면 나도 언젠가 본 일이 있는 누나의 친구인지도 모른다고, 나는
 
공연히 가슴을 두근거렸다.
 
그러나 이윽고 모두 무덤에서 물러나며 등을 돌리자 그때 나의 눈에 들어온 그녀의 모
 
습은 분명히 내가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뛰어나게 아름다운 미인(美人)이었다.
 
그녀의 미모는 곁에 늘어선 다른 여자들의 평범한 얼굴들과 대조되어 더욱 두드러지게
 
드러나 보였다.
 
나는 공연히 가슴이 울렁거렸다.
 
그러나 그것은 무슨 불순한 동기에서 일어난 현상이 아니라, 예기치 못한 장소에서 뜻
 
밖에 아름다운 여자들과 마주칠 때 흔히 일어나
 
는 그런 현상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나를 눈여겨 보지는 않았다.
 
누나의 친구 가운데 그런 뛰어난 미인이 있을 줄 나는 미쳐 몰랐던 것이다.
 
그것도 누나를 땅 속에 묻어 주는 장소에서 그렇게 처음 만났다는 사실이 나에게 어떤
 
기묘한 암시를 던져 주는 것 같았다.
 
이윽고 무덤을 다 만든 인부들이 돌아가 버리자 누나의 친구들도 실신하다시피 되어
 
버린 어머니를 부축하여 무덤을 떠나기 시작했다.
 
나는 혼자 무덤에 남아 있어야 했다.
 
그것은 누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그러자 누나의 친구들은 어서 돌아가자고 나를 잡아끌었다.
 
나는 좀 있다 돌아갈 테니 어머니를 부탁한다고 간신히 그들을 돌려 세웠다.
 
나는 멍하니 멀어지는 일행의 뒷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잿빛 무덤 사이로 꼬불꼬불 나 있는 길을 따라 여자들은 힘없이 터덜터덜 걸어가고 있
 
었다.
 
마치 누나의 영혼이 눈에 띠지 않게 그들의 발걸음을 잡아당기고 있는 것 같았다.
 
맨뒤에서 까만 스프링 코트를 걸친 그녀가 고개를 숙인 채 따라가고 있었다.
 
나는 갑자기 그녀의 뒤로 달려가고 싶은 야릇한 충동을 느꼈다.
 
그것은 참으로 알 수 없는 일이었다.
 
하나뿐인 누나를 잃었다는 허망한 슬픔 속에 그녀를 다시 끌어들이고 싶은 그런 누나
 
에의 그리움인지도 몰랐다.
 
그러나 나는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무덤 속의 누나가 나를 붙잡고 놓아 주지 않는 것이었다.
 
나는 힘없이 무덤으로 돌아서서 물끄러미 무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문득 내 자신이 살아있지 않고 누나의 무덤과 일체가 되어 버린 것 같았다.
 
갑자기 새로운 눈물이 타내렸다.
 
중천을 훨씬 지난 태양은 이제 막 서산으로 기울며 나의 기다란 그림자를 누나의 무덤
 
위에 던져 놓고 있었다.
 
누나가 무덤 속에서 나의 그림자를 꼭 붙잡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분명히 누나와 약속했던 것이다.
 
정말 그렇게 해 줄 수 있겠니?
 
죽기 며칠 전 누나는 모기 같은 소리로 몇 번이나 그렇게 내게 부탁했었다.
 
나는 그때 눈물을 삼키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누나는 자기가 죽은 다음에 장례식을 치르고, 가족 중에서 한 사람이 밤 열 두 시까지
 
자기 무덤을 지켜 줄 수 있느냐고 묻는 것이었
 
다.
 
그래야만 자신의 영혼이 지상의 마귀들에게 붙들리지 않고 하늘로 무사히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진심으로 누나의 부탁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앙상하게 뼈만 남은 누나의 한 손이 나를 손을 꼭 움켜쥐었던 그 쓸쓸한 감촉을
 
나는 잊을 수가 없었다.
 
그때 누나는 이미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나는 눈두덩이 핼쓱하게 꺼져 버린 누나의 희미한 두 눈에서 그녀의 영혼을 보는 것
 
같았다.
 
누나는 언제난 책을 손에서 놓지 않고 살았다.
 
문학을 좋아했고, 그래서 그런지 상상력이 풍부하여 언제나 기발한 공상을 즐겼다.
 
따라서 자기 영혼의 무사한 승천을 위해서 죽기 전부터 걱정을 하고 있었던 그녀의 심
 
사를 나는 충분히 이해할 것 같았다.
 
온갖 잡다한 귀신들이 우굴거리는 공동묘지에 자기가 묻힐 것을 누나는 미리 알고 있
 
었고, 그래서 그런 마귀들의 틈바구니에서 자기
 
영혼을 하늘까지 안전하게 올려가기 위해서는 누군가 자기 무덤을 지켜 주었으면 하고
 
바랐던 것이다.
 
나는 누나의 첫마디에 그렇게 하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던 것이다.
 
공동묘지에서 혼자 밤 열 두 시까지 버틴다는 것은 웬만한 간담으로선 힘든 일일지도
 
몰랐다.
 
그러나 그것이 죽은 누나의 마지막 유언이라고 생각할 때 나는 조금도 두렵지가 않았
 
다.
 
나는 인부들이 삽으로 아무렇게나 다져 놓고 돌아가 버린 무덤 주위를 돌아가며 손을
 
보고 있었다.
 
아직도 누나가 죽었다는 사실은 나에게 분명한 실감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누나의 무덤을 그렇게 손질하는 것이 마치 누나의 잠든 얼굴에서 파리를 쫒아 버리는
 
그런 기분과 조금도 다르지가 않았다.
 
이윽고 내가 무덤 손지를 끝내고 무덤 앞에 마주 웅크리고 앉아 잠시 흙바닥을 내려다
 
보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눈 앞의 무덤 위에 사람의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나는 소스라치듯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려 보았다.
 
그러자 그곳엔 조금 전 맨뒤에서 고개를 떨군 채 걸어가던 까만 스프링코트의 누나 친
 
구가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고 나를 내려다보더니
 
순호지? 정말 몰라보겠어,
 
하고 방긋 웃으며 나를 빤히 들여다 보았다.
 
나는 그녀의 우아한 미소에 눈이 부셨다.
 
내가 부시시 일어나 의아한 시선으로 그녀와 마주서자 그녀는 다시 이렇게 입을 열었
 
다.
 
순호가 나를 모르다니?
 
그녀의 입에서 두 번이나 그렇게 내 이름이 흘러나오자 나는 더욱 어리둥절해지고 말
 
았다.
 
어떻게, 저를 아십니까?
 
그러자 그녀는 잠시 나를 곱게 흘겨보고 있더니,
 
그런 말이 어딨어?
 
하며 활짝 웃음을 터뜨렸다.
 
나는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렇지, 벌써 육 년이 넘었으니 못 알아 보는 것도 당연해. 그럼 순호가 중학교에 배
 
정 받던 날은 기억하고 있겠지?
 
그 소리에 나는 두 눈을 크게 뜨고 그녀의 얼굴을 지켜보았다.
 
그러자 뒤따라 번개처럼 나의 머리 한쪽을 스치고 지나가는 아련한 기억의 실마리를
 
잡을 수가 있었다.
 
그날 순지하고 함께 거기 갔던 여학생 기억 나니? 그게 바로 나야. 호호...순호는 그
 
때 이제는 중학생이 된다고 너무나 기뻐서 운동
 
장에다 함부로 오줌을 누다가 학교 선생한테 혼이 나구, 이제 기억이 나니?
 
그제야 나는 그만 입이 벌어지며 피식 웃고 말았다.
 
순지라면 무덤 속의 누나의 이름이었고, 운동장에다 함부로 오줌을 갈기다가 혼이 났
 
다면, 그것은 분명 내 자신의 추억 속에 선명하게
 
기록되어진 일이었다.
 
그제야 나는 그녀가 미야라는 이름의 누나 친구였다는 사실을 분명히 깨달을 수 있었
 
다.
 
그때 누나와 미야누나는 여학교 이학년의 단발머리 소녀였고, 나는 간신히 코흘리개
 
신세를 면하고 중학교에 입학할 무렵이었다.
 
그러나 그 무렵의 미야누나의 모습을 나는 똑똑히 기억할 수는 없었다.
 
다만 눈 앞에 서 있는 완전히 성숙한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에서 희미한 옛날의 영상을
 
추측할 수 있을 뿐이었다.
 
네, 이제 알겠어요.
 
나는 피식 웃고 말았다.
 
운동장에다 함부로 오줌을 갈겼던 철 없는 나의 어린 시절을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보았고, 또한 알고 있다는 사실은 재미있고 부끄
 
러운 일이었다.
 
나는 겨우 스무 살이었고, 미야누나도 죽은 누나와 동갑이라면 스물 다섯일 것 같았다
 
.
 
그때 저한테 스케이트를 사 주셨죠?
 
나의 물음에 미야누나는 미소를 깨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그러한 자기 선물을 잊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미야누나는 무척 기쁜 것 같았다.
 
그런데 그 스케이트 한 짝을 잃어버렸어요. 중학교 삼학년때였어요. 한 짝은 아직도
 
잘 보관하고 있지요.
 
그래? 그럼 탈 수가 없겠네?
 
그럼요. 두 짝이 모두 있다고 해도 이제는 탈 수가 없어요. 발이 이렇게 커다랗게 돼
 
버렸잖아요?
 
그러자 미야누나는 까르륵거리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는 미야누나의 얼굴은 눈물을 흘린 탓 인지 약간 발그래져 있었다.
 
그러데, 그동안 어떻게 한 번도 만날 수가 없었지요?
 
나의 물음에 미야누나는 잠시 미소를 머금고 고개만 끄덕이더니 갑자기 슬픈 얼굴로
 
누나의 무덤을 돌아보며,
 
이렇게 빨리 떠날 줄은 정말 몰랐어. 누구자 한 번은 가야겠지만........
 
그리곤 말 끝은 목구멍 밑에서 걸리고 말았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나는 잠자코 곁눈으로 미야누나의 얼굴을 새삼 훔쳐보았다.
 
가느다란 눈썹 아래 쌍까풀진 까만 두 눈이 호수처럼 맑고 잔잔했다.
 
그리고 오똑한 코와 알맞게 도톰한 입술이 화장기라곤 전혀없이 분홍빛으로 촉촉히 젖
 
어 있었다.
 
결혼을 했을까?
 
아마 했을지도 모르지
 
스물 다섯이나 됐는데, 더구나 저런 보기드문 미인을 그런 나이가 되도록 세상의 남
 
자들이 가만히 내버려 둘 리는 없잖아?
 
아냐, 아직도 결혼하지 않았는지도 몰라. 남자를 고르다 보면 미인일수록 늦어지는
 
수도 있으니까
 
나는 마음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며 은근히 그녀가 아직도 결혼하지 않은 처녀이기를
 
바랐다.
 
그러나 그것은 아무런 목적도 없는 단순한 희망일 뿐이었다.
 
그러자 나는 갑자기 미야누나가 결혼을 했는지 안 했는지, 분명히 알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그러나 선뜻 그렇게 물어 볼 수는 없었다.
 
결혼을 했더라도 미야누나의 깊숙한 두 눈에 드리운 침울한 그림자로 미루어, 그리 행
 
복하지는 않은 것 같았다.
 
그리고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미야누나의 아름다운 얼굴에서 풍겨오는 그 침울한 분
 
위기는 무언지 깊은 곡절이 숨어 있는 것 같았다.
 
이윽고 입 안에서 뱅뱅 돌고 있던 그 말을 나는 간신히 뱉아내고 말았다.
 
누난, 아직 결혼 안 했어요?
 
그러자 미야누나는 잠시 두 눈이 둥그래지더니 이내 배시시 웃어 버리며 고개를 끄덕
 
였다.
 
왜 여태 안 하셨어요?
 
나는 짖궂게 다시 물었다.
 
안 한게 아니라 못 한거지.
 
이렇게 말하는 미야누나가 나는 어울리지 않게 겸손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더 이상 결혼 얘기는 꺼내지 않았다.
 
문득 무덤 속의 누나가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이제 그만 돌아가자. 아무리 지켜 보아야 순지가 다시 살아올 리는 없쟎니?
 
하고 미야누나가 눈짓으로 나를 끌어당겼다.
 
먼저 가세요. 난 좀더 있다 돌아가겠어요.
 
그만 돌아가자니까. 난 순호를 데리러 여기 다시 온 거야.
 
나는 잠시 고개를 떨구고 있다가,
 
전 누나하고 약속이 있어요.
 
하고 간신히 입을 열었다.
 
아니, 약속이라니? 순지하고 약속이 있단 말이니?
 
미야누나는 두 눈을 둥그렇게 뜨고 내 앞으로 바싹 다가서며 물었다.
 
나는 잠자코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약속이니? 죽은 사람하구? 응??
 
아무것도 아니예요.
 
아무것도 아니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왜? 나한테는 말할 수 없니? 비밀이야?
 
미야누나는 다구쳐 물었다.
 
그제야 나는 하는 수없이 사실대로 털어놓고 말았다.
 
그러자 미야누나는 한참이나 말문이 막힌 듯이 잠자코 있더니 이윽고 입을 열었다.
 
그럼 나도 여기 남겠어. 괜찮겠지?
 
나는 잠시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뭐라고 대답해야 좋을지 알 수가 없었다.
 
한편으론 놀라웠고 한편으론 고마왔다.
 
그러나 나는 미야누나의 그런 얘기를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누난 그만 돌아가세요. 밤이 되면 춥기도 하고, 더구나 여자 몸으로 열 두 시까지 그
 
렇게 머물 수는 없잖아요?
 
난 괜찮아, 조금도 상관 없어. 나 때문에 순지의 영혼이 하늘로 올라가지 못한다면
 
모르지만 말이야.
 
그럴리야 있겠어요? 누나도 오히려 기뻐할 거예요. 그러나 이건 제개 부탁하는 거예
 
요. 어서 돌아가세요.
 
괜찮다니까, 나도 여기 남을 테야.
 
미야누나는 누나의 무덤 앞에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나는 잠시 어리둥절해지고 말았다.
 
미야누나의 억지를 나는 더 이상 말릴 수는 없었다.
 
오히려 잘 됐다는 은근한 생각마저 떠올랐다.
 
순지라면 자기가 죽은 다음에 자기 영혼이 어떻게 될까 하고 많이 걱정했을 거야.
 
미야누나는 나를 힐끔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그러는 미야누나의 나이가 스물 다섯이라곤 선뜻 믿어지지 않을 만큼, 나는 문득 미야
 
누나와 나 사이의 다섯이라는 연령 차이가 오무
 
라들고 있는 듯한 착각을 느꼈다.
 
이윽고 이른 봄날의 짧은 해가 저물자 날씨는 갑자기 추워지기 시작했다.
 
음산한 공동묘지 위로 갈색의 황혼이 짙어 오더니 어느새 그것은 어둠으로 변했다.
 
알 수 없는 이상한 공포가 어둠을 타고 누나의 무덤 주위로 몰려들고 있었다.
 
미야누나와 나는 누나의 무덤 앞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우리를 둘러싸는 어둠의 부피가 점점 두꺼워지자, 우리는 한동안 전신이 굳어진 채 묵
 
묵히 앉아 있었다.
 
순호야, 춥지?
 
이윽고 미야누나가 조그만 소리로 침묵을 깨뜨렸다.
 
아뇨. 전 괜찮지만, 누난 그만 돌아가시는 게 어때요?
 
추우냐고 물었을 뿐이야.
 
미야누나는 한 마디로 나의 입을 막더니, 내 곁에 바싹 다가앉아 오버의 한 자락으로
 
내 어깨를 덮어 주었다.
 
괜찮아요.
 
사양할 것 없어, 운동장에 함부로 오줌을 싸대던 꼬마가 어느새 이렇게 어른이 됐어.
 

 
미야누나는 잠시 키들키들 웃었다.
 
그러면서 그녀는 머리 속으로 내가 그렇게 오줌을 갈기고 있던 장면을 떠올려 보는 것
 
같았다.
 
이윽고 미야누나의 따스한 체온이 조금씩 전해오기 시작했다.
 
어느새 미야누나는 한 팔로 나의 허리를 끌어안고는,
 
순호도 이렇게 해!
 
하고 자기 몸을 더욱 내 곁으로 바싹 밀어왔다.
 
나는 잠시 머뭇거리고 있다가 미야누나가 시키는 대로 그녀의 허리를 가볍게 둘러안았
 
다.
 
탄력 있는 미야누나의 허리통이 문득 나의 가슴을 울렁거리게 만들었다.
 
어때? 조금 덜 춥지?
 
미야누나가 나의 귓전에서 소근거렸다.
 
그녀의 보드러운 입김이 나의 뺨을 어지럽게 간지럽히고 있었다.
 
훨씬 따뜻해졌어요.
 
그 봐! 순호 혼자 남았으면 어떡할 뻔했지? 이래서 사람은 혼자선 못산다는 거야. 그
 
렇쟎아?
 
그녀의 따뜻한 입김이 나의 귓 속으로 파고들며 물었다.
 
나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미야누나가 나의 허리를 살그머니 꼬집었다.
 
나는 다시 킥킥거리며 웃음을 터뜨렸다.
 
문득 미야누나에게서 나는 처음으로 여자를 느낀 것 같았다.
 
밤이 점점 깊어가자 추위는 더욱 심했다.
 
어디선가 갑자기 짐승의 울음 같은 소리가 메아리처럼 바람 소리에 뒤섞여 울려왔다.
 
미야누나는 몸을 움츠리며 나의 허리를 바싹 껴안았다.
 
무서운 것 같았다.
 
그 소리는 마치 귀신들의 울음소리 같았다.
 
그것은 어쩌면 공동묘지에 처음 들어온 누나의 영혼을 붙잡아 두기 위해서 날뛰는 잡
 
귀들의 소리인지도 몰랐다.
 
그 소리는 여전히 괴괴한 어둠 속의 적막을 뚫고 울려오고 있었다.
 
나는 갑자기 머리털이 곤두서는 것 같았다.
 
미야누나는 어느새 얼굴을 나의 턱 밑에다 바싹 갖다대고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누나! 괜찮아요. 아무것도 아니예요.
 
내가 입을 열자 그제야 미야누나는 조그맣게 한숨을 몰아쉬며 나의 손을 꼭 움켜쥐었
 
다.
 
그녀의 손은 따뜻했다.
 
그러나 귀신들의 아우성 같은 기괴한 소리는 여전히 바람 소리와 함께 울려오고 있었
 
다.
 
이윽고 그 소리에 차츰 익숙해지자 두려움은 약간 고개를 숙이는 것 같았다.
 
미야누나가 조그만 소리로 얘기를 시작했다.
 
그것은 순지누나가 살았을 때의 얘기였다.
 
미야누나가 순지누나와 여학교의 한 반에 있을 때 수학여행을 가서 선생들을 골려 주
 
었던 그런 얘기를 미야누나는 나직한 소리로 속삭
 
이듯 천천히 해 나갔다.
 
그것은 꼭 그런 얘기를 나에게 들려 주고 싶어서가 아니라, 입을 다물고 있으므로 해
 
서 스며드는 공포감을 물리치기 위해서 그러는 것
 
같았다.
 
그 얘기 속에서 나는 순지누나가 무척이나 따르고 좋아했다는 젊은 국어선생 얘기를
 
들었다.
 
그는 시인이라고 했다.
 
그런 만큼 술을 잘 먹었고, 그래서 수학여행지 경주에서 미야누나와 순지누나는 그 시
 
인선생에게 법주를 사드렸다고 했다.
 
술이 취한 선생은 느닷없이 순지누나에게 자기는 순지를 사랑하노라고 털어 놓았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미야누나는 잠시 키들키들 웃었다.
 
그래서 내가 물었다.
 
순지누나보다는 누나가 훨씬 미인인데, 그 선생은 왜 그랬을까요?
 
그러자 미야누나는 웃음을 삭이더니, 미인의 기준이란 보는 사람에 따라 모두 틀리는
 
것 아니냐고 하면서 다시 얘기를 끌어나갔다.
 
그러는 미야누나의 얼굴과 나의 얼굴은 거의 마주닿아 있었고, 미야누나가 그렇게 얘
 
기를 계속하자 나는 마치 미야누나와 입을 맞추며
 
얘기를 듣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순지누나는 너무 당황하여 그만 도망을 쳤다는 것이었다.
 
그리곤 여관방에 미야누나와 나란히 들어누웠을 때 순지누나는 토라진 음성으로 술이
 
취해서 그런 귀중한 얘기를 늘어놓는 것은 자기
 
를 모욕하는 것이라고 분해서 어쩔 줄을 몰라했다는 것이었다.
 
미야누나의 얘기가 거기까지 왔을 때 갑자기 어디선가 어둠 속에서 여자의 비명 같은
 
날카로운 소리가 번개소리처럼 일어났다가 사라
 
졌다.
 
우리는 마침내 와락 포옹하고 말았다.
 
머리털이 곤두서고 등줄기에 진땀이 흘렀다.
 
미야누나의 머리 냄새가 마치 알큰한 아편 냄새 같은 강한 자극으로 나의 후각을 마비
 
시켰다.
 
뒤따라 그녀의 뭉클한 젖가슴이 나의 손 끝에 감촉되었다.
 
그러나 여자의 비명같은 날카로운 소리는 다시 일어나지 않았다.
 
미야누나는 마침내 얘기를 더 계속할 용기를 잃어버린 것 같았다.
 
그러면서 자꾸만 머리를 나의 가슴으로 밀어넣었다.
 
순호야! 지금 몇 시나 됐을까?
 
미야누나가 숨을 죽인 채 속삭였다.
 
나는 오버 주머니에서 미리 준비해 간 손전등을 꺼냈다.
 
왜? 불을 켤려고?
 
미야누나는 불안에 떨리는 소리로 물었다.
 
그래야 시계를 보지요.
 
괜찮을까? 불을 켜도?
 
내가 손을 움직이려 하자 미야누나는 재빨리 나의 손을 제지하며,
 
그래두 공연히 우리가 있는 장소를 알리면..........
 
하고는 침을 꼴깍 삼키며 말 끝을 흐렸다.
 
나는 공포 속에서도 슬그머니 웃음이 밀려나왔다.
 
미야누나는 마치 우리가 어떤 눈에 보이지 않는 적군에게 포위당해 있는 줄 착각하는
 
것 같았다.
 
괜찮아요. 귀신이라든가 도깨비들은 불빛만 보면 줄행낭을 친단 말이예요. 옛날 얘기
 
에도 있잖아요?
 
정말 그럴까?
 
이렇게 반문하는 미야누나의 조그만 목소리는 마치 일곱 살쯤 되는 계집애의 겁에 질
 
린 소리같았다.
 
이윽고 나는 불을 켜서 손목의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열 한 시 반이었다.
 
여태 이렇게 밖에 안 됐을까?
 
미야누나는 불빛에 자기 손목의 시계마져 비추어 보았지만, 마찬가지였다.
 
귀신들의 세계에선 시간은 무척 느릿느릿 흐르는 것 같았다.
 
그만 돌아가면 안 될까?
 
미야누나가 여전히 겁에 질린 음성으로 물었다.
 
나는 잠시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죽은 누나와의 약속은 분명히 밤 열 두 시까지였다.
 
그러나 열 두 시 후에 어떻게 집으로 돌아가느냐 하는 문제를 나는 미처 생각해 보지
 
도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았다.
 
죽은 누나의 마지막 부탁인데 하룻밤쯤 어디에서 어떻게 보낸들 그것이 무슨 문제랴
 
싶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나 혼자만을 두고 한 생각이었다.
 
미야누나가 함께 남아있는 이상 나의 생각을 고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지금쯤 순지의 영혼은 하늘로 올라갔을 거야. 불과 삼십분 상관인데........
 
미야누나의 목소리가 조금 또렷해지고 있었다.
 
귀신들의 세계에서 이제 곧 벗어난다는 희망이 그렇게 만들어 준 것 같았다.
 
그러나 나는 남은 삼십 분을 마저 채우고 싶었다.
 
한 번 지나가 버리면 죽은 누나와의 약속은 영영 다시 돌이킬 수 없는 것이었다.
 
순호야! 어서 돌아가! 꼭 열 두 시까지라는 법은 없어. 정성이 문제야. 그렇쟎어?
 
그제야 나는 미야누나와 함께 서로의 허리를 껴안은 채 일어섰다.
 
나는 무언지 뒤가 허전한 기분을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러나 미야누나의 간청을 더 이상 물리칠 수는 없었다.
 
이윽고 우리는 서로의 허리를 끌어안고 누나의 무덤을 떠났다.
 
내가 한 손으로 전등을 밝혀들고 무시무시한 무덤 사이의 꼬부랑길을 간신히 따라나갔
 
다.
 
이윽고 무덤을 벗어나 언덕으로 오르자 멀리에 인가의 불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머! 저기 저 불빛! 묘지에서 몇 달이나 잡혀 있다가 돌아가는 것 같아, 그렇지?
 
미야누나가 들뜬 기분으로 입을 열었다.
 
나는 피식 웃어 버렸다.
 
그러면서도 마음 속이 편치않았다.
 
그 삼십 분을 마저 견디지 못하고 떠나온 걸 생각하니 내 뒤에서 자꾸만 누나의 영혼
 
이 나의 뒷덜미를 끌어당기는 것 같았다.
 
순호는 아주 담이 큰 남자야.
 
미야누나가 이렇게 입을 열며 나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누나도 아주 담이 큰 여자예요.
 
나의 말에 미야누나는 잠시 키들키들 웃더니,
 
그건 순호 덕분이지 뭐야,
 
하고 다시 키들키들 웃었다.
 
잠시 후 넓은 길로 나서자 우리는 점점 걸음이 빨라졌다.
 
마치 뒤에서 귀신들이 쫒아오는 듯한 마지막 긴장이 발걸음을 더욱 재촉하고 있었다.
 
우리는 인가의 불빛 속으로 들어설 때까지 한 마디도 입을 열지 않았다.
 
순호야! 이젠 아무데나 가까운 여관을 찾아들어야겠지?
 
이윽고 미야누나가 침묵을 깨뜨렸다.
 
그것은 나의 의사를 묻는 것 같기도 했지만, 그 보다는 미야누나 자신의 뜻을 강하게
 
암시하는 말이었다.
 
나는 잠자코 고개만 끄덕였다.
 
그녀가 하자는 대로 따라가는 수밖에 없다고 체념하고 있었다.
 
무덤 앞에서 그렇게 서로 한 몸이 된 것처럼 부둥켜안기까지 했던 미야누나와 여관에
 
함께든다는 것이 조금도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았
 
다.
 
우리는 여관이 있음 직한 넓은 거리의 골목을 기웃거리며 천천히 손을 잡고 걸었다.
 
그러는데 갑자기 나는 몸이 떨려왔고, 다리마저 후둘거렸다.
 
긴장이 한꺼번에 풀려오는 현상 같았다.
 
응 저기 여관이 있어!
 
하고 미야누나가 막다른 골목의 여관을 눈짓하며 나의 손을 잡아끌었다.
 
우리는 똑같이 쓰러질 듯한 피로를 느꼈다.
 
여관으로 들어서자 미야누나가 졸음에 지친 듯한 중년 아주머니에게 방이 있느냐고 묻
 
더니, 재빨리 코트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주고는
 
방이 따뜻하냐고 다시 물었다.
 
그러자 중년 아주머니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이더니 복도를 꺽어돌아 우리를 안내했다.
 
복도의 막다른 구석방이었다.
 
문을 열고 불을 켜 주더니 아주머니는 돌아가 버렸다.
 
방은 천정부터 어지럽고 지저분했다.
 
쥐오줌인지 빗물인지 천정에다 지도에도 없는 지도를 어지럽게 그려 놓았고, 바닥의
 
장판지마저 떨어져 너털거리는 것이 아마 오랫동
 
안 손님을 들이지 않았거나 아니면 하루에도 몇 차례나 손님을 받아들인 것 같았다.
 
어쩔수 없지, 하룻밤이니까.
 
미야누나가 썰렁한 방안 풍경을 잠시 돌아보고 있더니 이렇게 중얼거리며 나를 힐끔
 
돌아보았다.
 
그러더니 그녀는 한쪽 구석에 쌓여있는 이불을 주섬주섬 들어내려 펴 놓았다.
 
나는 잠자코 외투를 벗어 벽에 걸어두고 미야누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자 문득 미야누나와 함께 한방에서 잔다는 사실이 야릇한 흥분으로 가슴을 뛰놀게
 
만들었다.
 
내일 아침 눈을 뜰 때 아무 일도 없이 맑은 기분으로 미야누나를 대할 수 있을까?
 
그것은 커다란 수수께끼 같았다.
 
왜 그러고 있니? 어서 옷 벗지 않고?
 
미야누나가 돌아서서 옷을 벗기 시작하며 나를 곱게 흘겼다.
 
나는 미야누나의 찌르는 듯한 시선 앞에 공연이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 같았다.
 
미야누나는 얇은 슈미즈만 남긴 채 옷을 모조리 벗고는 먼저 이불 속으로 들어가 반듯
 
이 들어누었다.
 
방은 따뜻해, 어서 옷 벗구 들어와!
 
미야누나가 재촉했다.
 
그제야 나는 바지를 벗고 이불 속으로 들아가 미야누나와 나란히 들어누웠다.
 
내가 들어눕자 미야누나는 춥다고 하면서 몸을 떨며 나의 몸을 바싹 끌어안았다.
 
나는 간지럽다고 킥킥거리며 웃었다.
 
방보다 순호 몸이 더 따뜻해!
 
미야누나는 짖궂게 입술로 나의 귀를 깨물며 소근거렸다.
 
나는 가슴이 터질듯이 울렁거렸다.
 
뭉클하게 나의 가슴을 밀어대는 미야누나의 풍만한 젖무덤이며, 성숙한 여자의 살냄새
 
가 숨을 막히게 만들었다.
 
그렇게 여자와 단 둘이 한 이불 속에 들어누워 보기는 그것이 처음이었다.
 
여자의 육체는 나에게 있어 신비한 환상의 세계였다.
 
나는 갑자기 그런 신비한 환상의 세계속에 몸을 담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아직 한 번도 여자의 몸은 커녕 키스조차 해 본 일이 없었다.
 
귀신한테 잡혀 갔으면 어떡할 뻔했지?
 
미야누나가 다시 온 몸을 떨며 소근거렸다.
 
그랬으면 우리도 지금쯤 귀신이 됐을 거예요.
 
그럼 우린 귀신이 되어서도 이렇게 꼭 붙어서 살 뻔했지? 아마 내내 함께 살아야 할
 
거야.
 
함께 살지 않아도 될 거예요.
 
그건 어째서? 손호는 내 귀신이 싫단 말이지? 난 함께 살게 되릴 바라는데.......
 
나는 미야누나의 얘기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다.
 
미야누나는 나를 자기와 대등한 한 사람의 남자로 보는 것이 아니라, 만만하고 귀여운
 
손아래의 동생으로 보는 것 같았다.
 
그러나 미야누나의 말을 어떻게 생각하면, 전혀 그 반대인 것 같기도 했다.
 
어느새 미야누나는 슬그머니 한쪽 다리를 나의 허벅지 위로 올려 놓고 있었다.
 
나는 갑자기 사타구니가 터질듯이 부풀어 올랐고, 전신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담담하게 자꾸만 귀신얘기를 꺼냈다.
 
그러다가 갑자기 이렇게 물었다.
 
순호한텐 애인 있지?
 
없어요.
 
정말? 공연히 누나를 속이면 못써요.
 
정말 없다니까요. 전 아직 여자 손목 한 번 못잡아 봤어요.
 
어머! 그럼 아직도 총각이란 말야?
 
그럼요. 아직 총각이에요.
 
그러자 미야누나는 소리를 죽인 채 키들키들 웃었다.
 
그것은 사실이었다.
 
간신히 병아리 대학생이 되고 난 뒤부터 미팅이니 서클이니 하고 여자들과 어울리는
 
기회가 자주 있었지만, 말을 걸기는 커녕 걸어오
 
는 말을 받기조차 힘이 들었다.
 
도무지 나 자신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면서도 밤마다 잠자리에 들면 끓어오르는 욕정으로 잠을 이룰 수가 없어 자위행위
 
로 욕망을 발산 하곤했다.
 
그것 참 이상한 일 아니야.
 
미야누나는 재미 있다는 듯이 키들키들 웃으며 어느새 한 손으로 나의 아랫배를 쓰다
 
듬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나는 갑자기 숨이 막힐 것만 같았다.
 
미야누나의 손은 아랫배에서 점점 밑으로 미끄러져 내려가고 있었다.
 
그러더니 그 손은 어느새 나의 팬티 속으로 기어들어갔다.
 
나는 갑자기 미야누나의 손을 잡았다.
 
누나! 그만 해요. 우리 떨어져서 자요.
 
아니 왜 그러니? 난 순호가 귀여워서 그러는 거야.
 
위험해요. 자꾸 이러면 내가 무슨짓을 할지도 몰라요.
 
그러나 미야누나는 이 말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여전히 한 손으로 나의 아랫배를 쓰다듬고 있었다.
 
나는 마침내 미칠 것만 같았다.
 
미야누나의 숨소리도 차츰 높아지고 있었다.
 
이윽고 나는 미야누나의 손을 그대로 놓아 버렸다.
 
어서 그 손으로 나의 전신을 아프도록 주물러 주었으면 시원할 것 같았다.
 
아니 전신이 아니라 팬티속에서 갑갑하다는 듯이 용을 쓰며 밖으로 나오기를 바라는
 
내 자지를 만져 주었으면 하는 생각이었다.
 
미야누나는 몇 번이나 침을 꼴깍 삼키더니 나의 팬티 고무줄 밑에 끼어 있는 손을 가
 
만히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나는 침을 꿀꺽 삼키며 그녀의 손을 기다렸다.
 
잠시 후 미야누나는 갑자기 팬티 속으로 손을 밀어 넣어 아프도록 탱탱하게 발기하여
 
있는 나의 자지를 꽉 움켜잡고 온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것을 신호로 마침내 나는 몸을 일으켜 그녀의 몸을 가리고 있는 얇은 슈미즈를 찢을
 
듯이 벗겨내고는 풍만한 젖가슴에 얼굴을 파 묻
 
고 말았다.
 
미야누나의 브래지어는 밀려나가 버렸고, 어느새 그녀는 아랫도리마저 알몸을 준비해
 
두고 있었다.
 
내가 성급하게 그녀의 유방을 주물러 대자,
 
아! 순호야, 그렇게 꽉 쥐면 너무 아파, 살살 만져.....살살.....
 
나는 미야누나의 말에 마구 주물러 대던 유방을 놓고는 그녀를 끌어안고 키스를 하였
 
다.
 
내 입술이 미야누나의 입술에 닿자 미야누나는 입을 벌리고 내 혀를 마중 나왔다.
 
우리 두 사람의 혀가 서로의 입을 넘나들며 서로의 침을 빨아 삼켰다.
 
그 동안에도 미야누나는 내 자지를 잡은 손을 놓지않고 있으면서 손가락 끝으로 내 귀
 
두 끝 조그마한 구멍을 간질거리고 있었다.
 
내 자지끝에서는 맑은 물이 흘러나와 미야누나의 손가락을 적시고 있었다.
 
미야누나의 자극에 내 자지는 폭발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나는 미야누나의 입술에서 떼어 내고는 말했다.
 
아~ 누나! 그렇게 자극하니까 폭발 할것 같에.....
 
흐흣...그래?
 
미야누나의 유방은 정말 부드럽고도 탱글탱글 하였다.
 
어려서 어머니 젖을 만져 본 후에 처음 만지는 여자의 유방이었다.
 
둥그스럼하게 솟아있는 유방 한가운데에 잔뜩 독이 오른 독사처럼 위로 튀어나온 젖꼭
 
지는 단단하게 굳어있었다.
 
난 굳어있는 유두를 손가락 사이에 끼고 자극을 하다가 손가락을 집게처럼 만들어서
 
꼭지를 잡아 당기기도 하였다.
 
아~~~~! 순호야.....
 
나는 미야누나의 탱탱한 유방을 만지다 매끄러운 피부를 따라 젖가슴에서부터 아래로
 
쓰다듬어 내려갔다.
 
여자들의 피부가 너무 부드럽다는 것을 처음 느끼며 손으로 쓸면서 밑으로 내리니 미
 
야누나의 배가 만져진다.
 
아이를 낳지않은 처녀 특유의 팽팽함이 느껴진다.
 
한 가운데 움푹 들어간 배꼽을 손가락으로 만지니,
 
간지러....순호야! 간지러워,
 
미야누나는 간지럼을 타는 듯 몸을 비비꼬았다.
 
미야누나의 배에서 좌우로 움직이면 만져보니 한 줌 밖에 안돼 보일 정도로 허리가 가
 
늘다.
 
나는 손을 더욱 밑으로 내렸다.
 
그러자 가느다란 허리에서 갑자기 커지며 풍만한 히프가 만져진다.
 
손을 앞으로 돌려 가만히 쓸어보니 까칠까칠한 감촉이 손에 느껴졌다.
 
나는 미야누나 사타구니를 위에서 아래로 쓸어 내리니 미야누나의 비밀스러운 곳인 보
 
지를 감추기 위해 자라난 보지털이 내 손에 가득
 
잡혔다.
 
미야누나의 보지털은 풍성하게 우거져 있었다.
 
으~으 여기가 여자의 보지!! 아! 미치겠다!
 
생전 처음으로 만져보는 여자보지는 나를 더욱 미치게 만들었다.
 
나는 손을 더욱 밑으로 내려서 미야누나의 보지전체를 내 손바닥으로 감싼 뒤 꽉 움켜
 
쥐어보았다.
 
아~~~~아!!!!!
 
미야누나는 뜨거운 입김을 내 얼굴에 토하면서 신음을 하였다.
 
나는 손바닥에 가득 잡히는 미야누나의 보지를 다시 한번 움켜 쥐었다가 밑에서 위로
 
세로로 갈라진 금을 따라 쓸어 올리며 가운데 손
 
가락으로 보지 한가운데로 살며시 밀어 넣었다.
 
미야누나 보지는 이미 느른한 애액을 흠씬 흘려 내어서 보지털과 그 주위가 척척 하도
 
록 젖어 있었고, 따라서 내 손도 미끈미끈하게
 
젖어 들었다.
 
내 손가락이 미야누나 보지속에 파고들자 미야누나는 다급한 신음을 토하면서 쥐고 있
 
던 내 자지를 더욱 꼭 움켜 쥐었다.
 
하악!!
 
아! 누나....
 
나는 더 참을 수 없었다.
 
내가 몸을 미야누나 위로 끌어 올리자 미야누나는 내가 위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다리를 벌려주었다.
 
나는 참나무 몽둥이처럼 단단해진 내 자지로 미야누나 보지에 넣기위해 쿡쿡 쑤셔 댔
 
으나 제대로 들어가지않고 다른곳만 찔러대어 부
 
러질 것 같이 아프기까지 하였다.
 
아~아..순호야!
 
미야누나는 내가 제대로 넣지 못하고 다른 곳만 쑤셔대자 그 자극에 더욱 흥분하는 듯
 
신음을 토하더니 부드러운 손으로 내 것을 잡아
 
서는 누나 보지구멍입구에 살며시 대고는 조금 넣어 주었다.
 
나는 귀두끝에 뜨거운 기운을 느끼자 힘껏 밀어 넣었다.
 
아하학! 좋아! 좋아!.....
 
좋다며 뜨거운 입김을 귓전에 토하는 미야누나의 신음을 들으며 생전 처음 여자의 보
 
지속에 넣은 자지가 뜨거운 용광로 속에 들어간
 
것 같았다.
 
참을 수 없이 끓어 오르는 욕망을 식히기 위해 미야누나 보지에 자지를 넣자마자 나는
 
힘차게 위 아래로 움직였다.
 
퍽!퍽!퍽!퍽!퍽!
 
나는 생전 처음으로 여자보지를 쑤시는 바람에 얼마 안되어 아랫도리 사타구니에서 뜨
 
거운 열기가 피어 오르더니 이내 자지끝으로 몰
 
려 나갔다.
 
미야누나 보지를 몇 차례 쑤시지도 못하고 나는 그만 보지속에 힘차게 정액을 쏟아놓
 
고 말았다.
 
으허헉! 누나!누나!..나 나와...으으으으윽!..으윽!...윽!..윽! 윽!
 
내 두팔은 미야누나의 어깨를 부숴져라 끌어안고 내 불두덩으로 미야누나의 보지둔덕
 
을 밀어 부치며 미야누나 보지속에 내 자지를 더
 
깊이 박아 넣고는 온 몸을 부르르 떨면서 뜨거운 미야누나 보지속에 내 정액을 쏟아넣
 
었다.
 
그 순간 내 머리속은 아무것도 없는 하얀 공백이 되었고, 이어서 자지끝에서 터지며
 
느껴지는 짜릿한 쾌감이 내 등골을 질주하여 머리
 
속을 강타하였다.
 
으~~으~~으....후~~~~~우!!!
 
얼마동안 움직이지 않으며 쾌감의 긴 여운을 느끼며 긴 숨을 내 뿜었다.
 
좋았니?
 
하며 물어보는 미야누나의 물음에 나는 미야누나 몸 위에 엎드려 있으면서 그대로 고
 
개를 끄덕였다.
 
응! 누나..
 
잠시 동안 그대로 있다가 내가 몸을 떼어 내려 오려니까 미야누나는 두 발로 내 다리
 
를 감싸고 있는 그 자세로 있으면서 다리를 풀지
 
않으며 말했다.
 
순호야, 잠깐만.....
 
하더니 이내 내 입에 부드러운 입술을 대어 키스를 하기 시작하였다.
 
난 미야누나 보지속에서 줄어드는 내 자지를 빼내지 않고 미야누나의 키스에 적극적으
 
로 응하기 시작하였다.
 
미야누나의 부드러운 혀는 내 입속에 들어와 마구 휘저으며 돌아 다니더니 이내 내 혀
 
를 잡아가서는 세차게 빨기 시작하였다.
 
어떻게나 세차게 빠는지 혀 뿌리까지 빨려 들어갈 것 같았다.
 
얼마 안되어 내 자지는 이내 다시 부풀어 오르기 시작하였다.
 
내가 누나의 입에서 떨어져 나와 다시 그녀의 귓볼을 이빨로 자극하며 미야누나의 뜨
 
거운 입김이 내 목을 핥을 때는 내 자지가 또 다
 
시 단단하게 발기하여 누나보지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내 자지가 발기하는 동안 미야누나보지는 살아있는 생물처럼 옴쭐거리며 내 자지를 압
 
박하는 자극을 주어 더 빨리 내 자지가 단단하게
 
팽창이 되도록 하였다.
 
누나보지는 말미잘처럼 옴쭐옴쭐하며 굵직하게 팽창하여 보지속에 박혀있는 내 자지를
 
빨아 들었다.
 
나는 또 다시 미야누나의 어깨를 꼭 끌어안고 위에서 움직이며 누나의 보지에 자지를
 
박기 시작하였다.
 
퍽!퍽!퍽!퍽!퍼퍽!퍽!
 
뿌직!뿌직! 찌걱! 찌걱! 뿌직!뿌직! 찔걱!찔걱!
 
아~학!학!학!....아~~~으...순..호..야!...
 
허헉!헉!헉!..누나!..허헉!..후~우!..헉!헉!헉!...
 
아~~~으으응! 아~응!..아앙!..아으윽!..아앙!..
 
퍽!퍽!퍼퍽!퍽!
 
찌걱! 찌걱! 뿌직!뿌직! 찔걱!찔걱! 뿌직!뿌직!
 
미야누나의 보지는 내 자지가 들락거리며 파고 들 때마다 요상한 소리를 내며 흥건하
 
게 보짓물을 토해 내었다.
 
내 자지가 누나보지속을 파고들어 자궁 입구를 벌리며 자궁에까지 들어가는 통에 더욱
 
쾌감을 느끼고 비음을 토해 내었다.
 
아하학!..아~으응!..아아아...수..순호...야! 더...더...더...으으윽!....
 
나는 미야누나의 재촉에 더욱 힘차게 누나의 보지를 쑤셨다.
 
어헉!헉!...누나...헉!헉!헉!...좋...아?....
 
으으응...조...좋아!...아~휴!..나 미쳐!...아아아..으으윽!...
 
내 자지가 미야누나 보지 깊숙히 파고들었다 빠져 나올 때마다 귀두를 꼭꼭 조여대며
 
뒤로 빠지지않게 걸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럴 때 내가 엉덩이를 뒤로 빼내면 미야누나의 하체가 낚시 바늘에 딸려 오는 고기처
 
럼 딸려 올라오는 것 같다가 연줄이 끊어지 듯
 
밑으로 툭 떨어졌다.
 
그러기를 반복 할 때마다 내 귀두에 짜릿한 자극이 가해졌다.
 
어어억!..아흑!..아하~~~~학!...누...나....나....나..오..ㄹ...것....으흐흑!..
 
아!아!아!...순..호..야...조금만....조금만....더...아아흑!...아아...으으..아...
 
나온다...나와!...수..ㄴ..호야~~~~~~아아아!!!!
 
억!..허억!..헉!...누나!누나!누나! 으으으윽!!!
 
나는 미야누나 보지두덕에 내 불두덩을 밀어 붙여 비비며 내 자지를 보지속에 더욱 깊
 
이 넣으려는 듯 내리 누르며 사타구니에서 쏴아
 
하고 올라와 귀두에서 터지는 쾌감에 온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번에는 미야누나도 쾌감을 느끼는지 이마에 땀 방울이 송글송글 맺히며 두 눈을 꼭
 
감고 손으로는 내 허리를 부러져라 끌어 당기고
 
두 다리로 내 다리를 감고는 나와 같이 온몸을 부르르 떨며 뜨거운 숨과 함께 쾌감에
 
겨운 비명을 질렀다.
 
아아앙!..아앙!...아~~으윽!...아아아아아~~~~~~~
 
우리 두사람은 꼭 끌어안은 채 미동도 않고 한동안 있었다.
 
그 동안 내 머리속은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않고 짜릿한 황홀함만이 있었다.
 
그렇게 있는 동안도 미야누나 보지는 내 자지를 살아있는 생물처럼 쭉 빨았다가 놓고
 
빨았다가 놓는 것을 반복하고 있었다.
 
후휴~~~~~~!!!
 
긴 숨을 내 뿜으며 나는 미야누나의 몸 위에서 옆으로 내려왔다.
 
그녀도 긴 숨을 내 쉬며 옆으로 굴러 떨어진 내 가슴을 살며시 만지더니 나에게 물었
 
다.
 
순호야!...좋았니?
 
응! 누나는.....?
 
그래, 나도 좋았어! 근데 순호꺼 너무 크다.
 
응? 내 꺼....?
 
그...그래?...근데 누나, 내 꺼가 큰지 어떻게 알아?
 
푸훗!...다 아는 방법이 있어....후후후...
 
그러면서 그녀는 키들키들 웃었다.
 
우리는 공동묘지에서 추위에 몸을 덜덜 떨었던 때가 언제였을까? 하는 듯 온 몸에 땀
 
이 끈적하게 흘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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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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